폐선廢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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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619회 작성일 15-09-16 12:07본문
폐선廢船
1.
물이 드는 밑창난 삶이다
육신은 삭아 문풍지같은 피부로
바람이 차가웁게 스미는
독거의 늪지
여기가 무덤이다 샛강같은 골목 끝
햇살도 배급받는 궁핍
뚝뚝 떨어지는 빨랫물처럼 생은
젖어 마를 줄 모르고
바닥으로부터
어둠이 고이는 곳 폐선의 내부
헐고 틀어진 이물은 어느 방향인가
누우면 보이는 백내장의 뿌연 우주
그 너머,
때 낀 창이 하나 떠 있고
2.
영차 노 저어라 어영차
푸른 근육으로 빛나던 뜨거운 계절
강물을 시퍼렇게 가르며
뱃심 짱짱했던 바닥의 근성
오르내리던 숱한 인연 그치고
여울마다 튕기던 파편
살점인 줄 모르고 헐값에 팔던 시절
그래도 강물에 발목 적시며
언젠가는 강물에 노을처럼 곱게 풀리고 싶던
단술같은 꿈의 한 자락
3.
부러진 노櫓로 어둠 속을 더듬는 혈연
씨줄도 날줄도 걷힌 까만 가계家系
더는 저어 나갈 수 없어
쿨럭거리는 막다른 골목
때 낀 창 하나 가만히 눈을 감는다
팔려나갔던 살점들 물안개로 자욱히 돌아와
어머니처럼 야윈 몸을 보듬어오는
늪지의 폐선, 그곳에서
흰 새 한 마리
푸드득
환한 노을 속으로
들어간다
낡고 지친 몸 한 척
물빛 하늘로
스윽 밀려 들어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9 11:36:37 창작시에서 복사 됨]
1.
물이 드는 밑창난 삶이다
육신은 삭아 문풍지같은 피부로
바람이 차가웁게 스미는
독거의 늪지
여기가 무덤이다 샛강같은 골목 끝
햇살도 배급받는 궁핍
뚝뚝 떨어지는 빨랫물처럼 생은
젖어 마를 줄 모르고
바닥으로부터
어둠이 고이는 곳 폐선의 내부
헐고 틀어진 이물은 어느 방향인가
누우면 보이는 백내장의 뿌연 우주
그 너머,
때 낀 창이 하나 떠 있고
2.
영차 노 저어라 어영차
푸른 근육으로 빛나던 뜨거운 계절
강물을 시퍼렇게 가르며
뱃심 짱짱했던 바닥의 근성
오르내리던 숱한 인연 그치고
여울마다 튕기던 파편
살점인 줄 모르고 헐값에 팔던 시절
그래도 강물에 발목 적시며
언젠가는 강물에 노을처럼 곱게 풀리고 싶던
단술같은 꿈의 한 자락
3.
부러진 노櫓로 어둠 속을 더듬는 혈연
씨줄도 날줄도 걷힌 까만 가계家系
더는 저어 나갈 수 없어
쿨럭거리는 막다른 골목
때 낀 창 하나 가만히 눈을 감는다
팔려나갔던 살점들 물안개로 자욱히 돌아와
어머니처럼 야윈 몸을 보듬어오는
늪지의 폐선, 그곳에서
흰 새 한 마리
푸드득
환한 노을 속으로
들어간다
낡고 지친 몸 한 척
물빛 하늘로
스윽 밀려 들어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9 11:36:37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륜이 베인 시 한 편 보고 갑니다
좀 쓸쓸하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합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님, 들여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쓸쓸하게 읽으셨다니 더 고맙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 진 백석의 말처럼,
높지는 못하되 외롭고 쓸쓸하긴 해서 시를 씁니다.
머지않아 거리엔 찬바람만 가득하겠지요.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혈육이신가요?
내리신 말씀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향도 그렇거니와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이쿠,, 너무 비약을 ㅎ 그저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의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적인 주제에 폐선의 이미지를 등가물로 쓴 것입니다. 아 제가 제 시를 설명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님의 말씀이 좀 비장하게 들려서 몇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