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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6> 어느 팽목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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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麥諶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5회 작성일 16-10-12 12:43

본문

  

어느 팽목의 연대기

 

 

 

자손만대 무사태평을 기리던 신분이다

마을 어귀 성황당 신령을 품었을,

한동안 동네 개천을 지키던 천덕꾸러기

잔뜩 구겨진 어느 노구의 문장이다

 

아리송한 켈티스(Celtis)

 

정자의 전성시대, 허기를 달래던 날것들의 헌신이다

시들한 껍질 밖으로 겹겹 껴안은 피붙이들

그 애착으로 버섯 핀 몰골이다

 

추억의 메타포, 팽팽한 소싯적 전설이다

라틴의 서정으로 얼룩지던 잎새들

월계관으로 얼씬거렸을까

 

후덕한 둥치. 만신창이 당신의 자궁 밖으로

늙은 구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자나 깨나 품었을 세월의 근심덩어리

머뭇거리는 심장으로 파랑이 인다

 

문득, 개천이 복개되던 날

 

토사구팽으로 콘크리트로

뭉툭 잘리며 묻혀버리던, 그

행간으로 시어를 더듬는 동공

온통 잿빛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7 07:14:5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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