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9 > 연장의 공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092회 작성일 16-10-12 19:48본문
연장의 공식
무쇠들, 화덕 앞에 몰려 있다
강한 것 같지만 연하고 푸르스름한 살을 가지고 있는 쇠
잘 벼린 낫날은 무쇠의 가장 깊은 살이다
뼈가 살을 베는 것은 본 적 없으나
살은 살을 벨 수 있는 것
투박한 모루에 불꽃으로 상기되는 소리들이 박혀 있다
연약한 속을 끄집어내는 불꽃과
두드릴수록 가늘어지는 비명들
펄펄 끓는 불의 의중에 따라 길들여진 것이
연장의 모양이라면
불꽃은 가늘고 긴 계절을 불러내는 혀다
불의 뼈를 두드리는 사내가 있다. 창을 열면 가까이 와 있는 국적 없는 별들, 낮 동안 쏘아올린 불꽃 중 어느 하나는 아주 먼 곳까지 튀었을 것 같다
자루하나 끼우면
끼니가 되거나 공사가 되기도 하는 쇠의 근성
쟁기질을 하는 사람과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모두
뜨거운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이다
쇠를 펴는 기법은 불의 변형에 있듯
검은 빛을 다 버린 다음에야
다시 번쩍거리는 연장의 공식
날아가지 않고 부리로 들어가서
뼈가 되는 불꽃들
어린 새 한마리가 푸른 불꽃 속에서 파닥거린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7 07:17: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래 시도 좋지만, 이 시 역시, 좋네요.
이미지 이벤트에 오르고도 남을 작품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무튼 이 시 선정될 듯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이면수화님의 댓글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고 오묘한 사유를 풀어내는 한 마디 한마디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장인의 유장하고 그윽한 가락에 뭉클뭉클 취합니다. 그 뜨거운 손잡이...
밤새 뒤척일 것 같아 독주 한 잔 마시고 자야겠네요. 잘 읽고 갑니다.
민낯님의 댓글
민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멋진 시를 발견합니다.
멋진시 자주 보여주세요.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쇠를 다루었는데 부드럽기 그지없네요.
시엘06님의 댓글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장에서 생성과 소멸의 하모니를 꿰뚫어 보는 힘.
풍성하고 맑은 가을 나날 이어지시기 바랍니다. ^^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 부드럽게............
할 말 다하는
여러번 읽습니다 감사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각함수 공식보다 더 신기하네요.
저 딱딱한 쇳덩이를 주물러 탕국을 끓이셨네요.
간도 맞고 맛도 좋은 시!
성영희.님의 댓글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책벌레님
이면수화님
민낯님
활연님
시엘님
현탁님
동피랑님
넘치는 말씀 말씀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