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6> 숲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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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47회 작성일 16-10-13 21:58본문
그녀의 몸을 감고 있는 등고선을 따라 숲이 자라고 있어요 그 숲이 궁금해요
목숨이 생선 토막처럼 잘리는 도마의 계절
숲 속에서 들리는 소리
탁, 탁, 탁
너는 죽어야 해, 너를 끓이겠어,
지져 먹겠어, 아니 구워야지
구름의 포즈로 흘러가는 아이들은
생가지 타는 매운 연기로 당신의 눈 속에서 흩어진다
안개의 설화에는 눈동자가 없다
그녀는 곧 신비해지겠죠. 탄생설화를 미리 써 두어야겠어요
도마뱀이 우는 기후의 푸른 표지의 책 속에 가둘까요
바람조차 걸리지 않는 외롭고 투명한 시간을 항아리 속에 가득 부어 주어야겠어요
무서운 높이로 올라가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처럼
몸이 찌릿찌릿한 수직낙하의 계절만 한가득 들어 있는 겨울 왕국
그녀의 몸을 두르고 있는 검은 털들이 뻣뻣해져서 궁금해져요
무엇을 찌르려는지
무엇을 숨기려는지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7 07:24:21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 왕국'
여기에 눈이 닿자 불이 확 지펴지는 듯합니다.
상징이 징검다리가 되어 세찬 여울을 건너가는 듯한 진술입니다.
한동안 하안거 하시다가, 빛나는 돌을 캐신듯.
여러번 읽어도 맛이 새롭습니다. 이곳에 길가에서 나붓거리는
가을꽃 같은 시. 그 향을 다 마시려면 며칠이라도 모자라겠습니다.
무공해 먼 하늘처럼 청명한 날 지으십시오.
그믐밤님의 댓글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결같으신 활연님,
화두 하나 없이 암중모색이라 입안에 거미줄만 촘촘합니다 ㅎ
말 몇 마리 끌고 경계와 한계를 밀고 나아가 보는것인데,
여기가 어딘지 헤매이기 일쑵니다.
그래도 시마을은 늘 뭔가로 풍성해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자는 한 가지 생각으로 쓰고 독자는 각자의 감정에 따라 이해한다'는데
'한 가지 생각'이 무엇인지 꽤 궁금합니다.
저는 '상처와 풍자'로 읽었습니다만..........암튼
눈이 밝지 아니하여 명당을 셈하여 짚어볼 줄 모르고 산세의 높고 낮음에 대해 운운할 문장도 없거니와, 그럼에도 이만한 풍경에 올라서고 보면 ‘참으로 좋구나!’ 하며 숨 한 번 들이쉬게 된다 (정윤수)
그믐밤님의 댓글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험화된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섞어 보는 일이 시작의 단초라면
언어는 또 제 몫이 있는 듯 서로 엉기어 이미지도 만들고 의미도 생성하고 그렇습니다.
졸시에 격높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쇄사님, 가을날 따뜻한 차 한 잔
마음으로 대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