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3】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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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1,180회 작성일 16-10-14 09:55본문
욕지도 |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동체
신용목
내가 죽은 자의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가 그의 이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오늘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으니
나의 이름은 갈수록 늘어나서, 머잖아 죽음의 장부를 다 가지고
나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까?
저기
공원에서 비를 맞는 여자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면, 기도도 길을 잃고
바닥에서 씻기는 꽃잎처럼 그러나 당신의 구두에 붙어 몇 발짝을 옮겨가고……
나는 떨어지는 모든 꽃잎에게 대답하겠습니다.
마침내 죽음의 수집가,
슬픔이
젖은 마을을 다 돌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누추한 나에게 와서 잠을 청하면,
찬 물이 담긴 주전자와
마른 수건 하나,
나는 삐걱거리는 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목소리로 물을 수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달라고 할까 봐.
꽃 핀 정원에 울려퍼지다 그대로 멈춰버린 합창처럼, 현관의 검은 우산에서
어깨 위에서…… 빗물처럼
뚝뚝,
오토바이와 회색 지붕과 나무와 풀
위에서
망각의 맥을 짚으며
또,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울까 봐.
그러면 나는 멀리 불 꺼진 시간을 가리켜 그의 이름을 등불처럼 건네주고,
텅 빈 장부 속에
혼자 남을까 봐. 주인 몰래 내어준 빈 방에 물 내리는 소리처럼 떠 있는
구름이라는 물의 영혼, 내 몸속에서 자라는 천둥과 번개를 사실로 만들며
네 이름을 훔치기 위해
아무래도 죽음은 나에게 눈을 심었나 보다, 네 이름을 가져간 돌이 비를 맞는다.
귀를 달았나 보다, 돌 위에서 네 이름을 읽는 비처럼,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섞으며 젖어도 되겠습니까?
저기
공원을 떠나는 여자의 붉은 입술처럼, 죽음을 두드리는 모든 꽃잎이 나에게 기도를 전하는……
여기서도
인생이 가능하다면, 오직 부르는 순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사랑이 가능하다면,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
황룡강(이강희)님의 댓글
황룡강(이강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릿한 바닷물에 자맥질하는 갈매기
사는 바다가 그려집니다
늘 곱게 빚어낸 시 감사하게 잘 읽고 공부합니다
오늘도 창창한 하늘 맘껏 보듬는 하루 보내십시요
꾸벅
이면수화님의 댓글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 본 섬, 못 가 본 섬 다 가슴속에 띄워놓고
물 水 제비 燕, 물 수 제비 연하며
물수제비나 뜨며 살아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었던 세상 꿈이나 꾸어라 하는
욕지도.
육지도 이제 별것 없다며...
시엘06님의 댓글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가을, 활연님 시가 있어서 더 아름답게 느꼈습니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를 작품으로 말없이 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감동과 기쁨을 안고 갑니다. 찬란한 바다 한 폭을 가지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욕지도..
원래 이름은 록도 鹿島였다지요
사슴들만 살던 곳
그 섬에 가본지도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덕분에 물소리 아련한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활연 시인님,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슬로 풀어지는 섬'에서 눈 멀었다가
'새들이 물어다 제자리에 놓는다'에서 눈 뜨고 갑니다.
그곳에 없어서 가고 싶은 섬, 그리고
투명한 가슴으로 닿아 볼 수 있는 사람 그리다 갑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앗, 이것은 분명히 내가 꿈에 본 것과 동일? 아니면 생시?
꿈이라면 깨지 말았어야 했고 생시라면 죽는 날까지 감사할 일.
차를 타고 물을 건너니 섬은 새를 풀고 꽃을 내놓고, 회랑 해물짬뽕이랑 산해진미로 배를 남산만 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우리 동네인데도 저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노 했지요.
역시, 산도 좋아라 물도 좋아라 하시는 분은 요산요수, 그러니까 어질고 지혜롭다는 사실을 그날 배웠습니다.
이쯤 되면 선희가 격양가를 부를 만도 하지요.
닮은 꽃 따님들만으로도 눈부실 텐데 이제 열꽃은 그만 피길 바라며 늘 건강하소서.
고현로2님의 댓글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은 가만히 있으려다가 먹고 사는 현실과 격렬히 싸운 날입니다.
시라는 것은 아마도
가만히 안온한 삶 속에 있던가
격렬한 현실을 피하는 수단이던가
아니면 가만히 격렬한 사유를 펼치는 진정한 해탈일는지...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일빠를 해야 쫀심이 풀리는데 위에 분들 너무 부지런하시다는,,,
하... 이제 내가 설 곳은 어드메뇨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이훤
나도 누군가의 한 시절이었다
짙게 각인된 대명사였다
빈 응시였고
새벽녘 외침이었다
무릎 위 흥건한 눈물이었고 어떤 이의 투숙객이었다
쏟아지던 허공이었다
닿지 못한 외침의 무덤이었고
불안의 방이었다
자주 엉키는 수들의 수납소였다
선한 계획 믿는 순종자였으나
우회를 즐거워하는
양(羊)이었다
상심을 가로챈 죄인이었다
찢긴 낱말들로
때때로 옷 입혀주는 길벗이었다
잎새를 나누려다
어깨를 다친
피해자였다 또 저도 모르게 가해자였다
방랑자였다가 순례자였다
다시 방랑자였다
순례자였다
사실,
사실,
저는 메모와 밑줄 사이로 막가할 처지라, 마음만 드리고
눈붓으로만 인사드립니다.
각설하려 했더니, 환한 주말이군요.
立錐의 餘地 있는 날 지으십시오.
날빛 좋은 날 맘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가을입니다.
다녀가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