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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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29회 작성일 16-10-17 18:08본문
청춘의 숲/
헤세를 읽던 숲이었습니다.
숲속에서는 햇살이 눈부시게 찰랑대고
꽃빛은 선연해서 서럽도록 고왔습니다.
그러나 헤세상징이 쓰레기로 변해갈 때
암흑을 물고 온 새떼가 하늘을 덮었고
꽃나무가 불임의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튀어나온 고라니들은
도로를 건너가다 차에 치어
하늘 높이 올라갔으며
맨발로 쫓겨난 토끼 식구들은
훗날을 기약하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숲속의 청춘은 절벽 끝까지 밀려나고
그들의 한숨은 땅속에 뿌리 내렸으며
차고 검은 바람은 만장처럼 펄럭거려
어둠이 깃든 추운 사막과 같았습니다.
서성이는 바람도
고요를 깨울까 저어하는
헤세를 읽던 숲이었습니다.
이제
청춘은 가고 헤세만이 울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Hermann Hesse..
문학에의 꿈을 지니고, 헤세의 작품에 심취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듯
- 아, 그것도 요즘은 그렇지 않던가요..
지금은 시인이건, 일반인이건 간에 헤세나 릴케의 시편들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그런 순수한 사람은 좀처럼 없을 겁니다
적어도 헤세의 시대엔 정신적 나침반이 있었지요
맑고 견고한 시를 통해서 정신훈련의 최상의 도구로서의 羅針盤,
말이에요
그에 비하면, 요즘 첨단의 시류를 따라가는 시들은
나침반 없는 사막의 노래 같다고 할까
이처럼 헤세를 추억하시는 거 보면,
시인의 가슴 속엔
아직도 서성이는 청춘이 있는듯 합니다
한편, 헤세는 예감했던 거 같아요
앞으로 시가 얼마나 처참하게 해체될 것인지를..
헤세의 시편들 중에 <허무한 청춘>이 있는데,
한 번 옮겨보아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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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청춘 / 헤르만 헤세
고달픈 여름이 고개를 숙이고
호심(湖心)에 비친 자기의 퇴색한 모습을 본다
나는 지쳐 먼지를 입고
무거운 가로수의 그늘 속을 걸어 간다
포푸라의 가지 사이를 소심(小心)한 바람이 불어 가고,
내 뒤의 하늘에 빨간 노을이 탄다
그리고 내 앞은 저녁의 불안과
- 황혼(黃昏)과 -
죽음이...
나는 지쳐 먼지를 입고 걸어 간다
내 뒤에는, 청춘이 머뭇거리는 걸음을 멈추고,
예쁜 머리를 숙이어,
이제 부터 나와 나란히 가지 않으려 한다
곽진구님의 댓글
곽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프락사스...새는 태어나고 싶은데
맨날 술마시고 죽어가기 바쁨요..
핑크님! 늑골이 맘모스처럼 크실듯.
그 안에 큰 바람이 술렁이는듯.
핑크님의 시에 에어 샤워하고 감요.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