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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면책특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710회 작성일 15-09-22 18:49본문
무엇이 나무로 하여금 저 많은 모가지들을 포기하게 만드나
바닥에 떨어져 빈 손이 되게 하나
가지마다 초록의 혓바닥으로 질겅이던 것이 언제라고
구질구질해져서 비스킷처럼 부서지나
삶은 비애였지만 그 어떤 비애도
모가지란 육체보다 크지 않았는데
무슨 힘으로 똑딱, 저리 쉽게 분지를 수 있나
어머니가 떠났던 날
누이는 빈자리마다 걸레질을 하다말고 울었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른 몸으로
어떻게 그런 울음을 토했는지
누이의 모가지에 있던
퍼렇게 터질 것 같던
슬픈 동맥을 기억하네
모가지란 게 그런 건데
단 것과 쓴 것을, 울음 같은 것들을
최전방에서 삼키는 거지
해서 거만하고 위험한
말하고 숨을 쉬는
벼랑 끝에서도 악다구니 한 번쯤은
내지르는 것인데
저 황당한 처형장면을 속수무책 바라보며
모가지를 쓰다듬어보고 돌아오는 길
부러 버스에 모가지 하나를 두고 내렸네
집으로는 못 가고, 누이에게 갔네
누이가 부랴부랴 부엌에 뭘 내러 간 사이
몹시 그리웠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좋네요. 무료감상 잘 했습니다.
어떤 분의 향취가 몹시 그리운 날이 돼버렸습니다.
계속 향시 부탁드려 보아요.^^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빛보다빠른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서 그리움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작은 외삼촌, 아버지까지
너무 이른 나이에 잊혀지고 만 슬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밤입니다
특히 외할아버지께서는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말라고 말씀하시던 6.25 참전용사셨습니다
혼이 나고서 욕을 뱉은 저는 외삼촌에게 백대 넘게 맞고 방에 갇혔다가 가출한 기억이 나네요 사랑하는 외할아버지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한동안 아버지 어머니를 여의고 버스에서 목놓아 울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모가지를 놓고 집으로 내릴 수 없어 어딘지도 모른 역들을 배회하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아픔을 다 삭히고 여기 마을에 돌아왔습니다.
아련하지만 절절하지만 독자를 울리는 싱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기법이 서린 시어들의 향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