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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부드러운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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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호남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0회 작성일 16-11-01 13:43

본문

▪벽 속의 부드러운 뼈 

종이에는 뼈가 있다 

동굴 속에서 여린 물방울 하나로
천 년을 기다려 온 흔적이다
한마디 말 
새겨진 벽화에는
흐르던 피가 정지된 시간으로 단단해졌다

종이는 불 꺼진 연탄
잉크 한 방울 무게로 소금이 된다
졸리는 빛은 솜털 같은 기억을 회상하며
여백은 여전히 펜촉과 연대 중이다

종이는 낙서처럼 여행 중이다
오랫동안 동굴이 그러하듯이
종이의 뼈는 책상에서 지루한 잠자고 있다

오늘은 
하얀 살점을 드러내고 뼈를 조각한다
선명한 피 뒷면이 어두워지면 
그림자도 없다 숨소리만 구겨진다

벽에 달린 날개가 해체되고 
떨어지는 글자는 퍼즐을 상상한다
지독한 상상은 비문非文
날카로운 비명은 낙오, 
배신의 칼이 
남겨진 흔적을 교정하고 있다

벽 속에서 부드러운 뼈가 떨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1-10 10:15:1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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