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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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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이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7회 작성일 16-11-03 12:25

본문

옛집 .2

 

오래된 가난을 다시 가보니 털썩 무너져 싸늘했던 너만 기억해

 

쓰러지지 말라고 처마에 기둥 하나 달랑 받쳐 주고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병든 몸에 솥을 걸고 진액을 빼먹었는데

 

왜 한 번이라도 푸른 발을 내밀지 않았을까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빈곤한 위로라도 해주었다면

 

가슴에 꽉 찬 달빛을 퍼덕이는 은어 떼로 풀어 놓지 못할 때처럼

그저 막막하기만 한 행간이 이렇게 화나지는 않았을 텐데

 

내 사랑도 빈곤하여 버팀목 하나라는 말도 못했고

마지막은 어땠을지 이제야 와락 뜨겁고 미안하기만 한데

 

허기진 당신을 다 퍼먹고 지금에야 알았네

 

수만의 폭설이 휘몰아치고 간 날이면

까마귀가 운 날보다 빚 독촉이 더 사나워진다는 걸

 

가난은 원래 허기지고 추운 자를 위한 주술이라서

국수 불려먹는 빈곤과 엇각으로 접힌 불안은

기꺼이 나였음으로

 

떨어진 단추 찾아 달고 헤진 곳을 끈질기게 이으며

주술에 승리하는 휘파람을 불겠다는 다짐

 

그렇다면 하루에 이기고 차린 허술한 밥상이라도

스스로에게 안녕처럼 건네지겠다는 묵묵한 다짐 

 

아직 난 그걸 느껴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1-10 10:32:5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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