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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에서 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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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6회 작성일 16-11-04 14:40

본문

고궁에서 나를 읽다

 

이영균

 

 

그들은 그곳을 떠났으므로

그곳에 머문 것이다

생을 다 하였기에 멈춘 팽이

채찍을 멈췄기에 생이 멈춘 것일까?

채찍은 또 다른 이를 깨우고

그 팽이는 채찍의 친절함에 또 돈다

팽이는 무엇을 위해 돌까?

단지 채찍에 의해 돌았을 뿐인가?

수십 성상이 쌓였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왔을까?

쓰러지지 않도록 후려치는 나의 채찍

 

구석구석 찾노라면

숨겨진 팽이들의 뒤축이 보인다

쌓인 시간을 털어낸다

보이지 않던 게 다시 보이는 건

내게 뀌어 맞춘 억지일지도

드러난 팽이에서

도는 이치와 방향을 일근다

 

회전하는 것들의 의중엔 중심이 있어 곧다

돈다는 건 채찍의 질타만은 아니다

한결같은 방향만도 아니다

깊디깊은 중심

수십 성상이 또 쌓여도

변할 수 없는 그건 중심이다

중심은 의지이다

 

다만 궁의 담에 가려졌을 뿐

그것은 중심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1-10 10:49:1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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