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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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4회 작성일 16-11-05 12:15본문
옷걸이 /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옷장을 열어본다
나의 옷장 안에서
겨울코트 한 벌이 서둘러 나가고
10년 된 늙은 모피코트가 외출한 옷걸이들
자기 얼굴인양 몇 계절을 살아 온 시간만큼
당당했던 어깨가 허탈하게 물음표를 던진다
다음엔 어떤 옷을 걸쳐주실 건가요?
내 어깨가 부러지면 버릴 건가요?
걸칠 옷이 없어지면 버릴 건가요?
명품은 언제쯤 걸칠 수 있을까요?
그래,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어떤 옷을 걸치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기에
명품을 걸치는 건 상류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그렇지만
겉은 명품으로 치장하여도 속은 앙상한 뼈대
한 번도 자기의 삶을 살지 못하는 그들은
타인의 얼굴로 살아갈 수밖에는 없다
계절에 지친 어깨를 받아 걸치며 휘청거려도
그들은 결코 옷을 벗어 던질 수가 없다
내 가슴에도 물음표 같은 옷걸이 하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감투를 벗지 못하고
식구들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하시던 아버지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고 보니, 저 역시..
평생토록, 제 옷걸이에 남들이 우러러 볼만한 명품은 한번도 걸치지 못했다는
(시인님과 같은 불우한 중생 하나 있단 걸 기억해 주시길..)
각설하고
옷걸이를 통해서 아버지를 회상하셨네요
시는 결국,
시인의 '체험적인 상황'의 바탕에서 비롯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상황이 아버지나 어머니에 관한 것일 때,
시인들은 어쩔 수 없이 <어버이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명제(命題)
앞에서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내세우는 걸 금기시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앞에서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은
죄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神이 그 사랑을 베푸심에 있어,
그의 업무(?)를 대행케 하기 위해 어버이를 이 地上에
내려 보내셨단 말도 있지만...
정말, 어버이의 사랑은 인간이 행하는 사랑의 행위 가운데
가장 神性에 가까운, 즉 거의 人性을 초월하는
그런 <무조건의 사랑>인 것 같습니다.
대개의 경우,
자식들이 그 어버이의 사랑을 깊이 자각할 때면...
이미 어버이들은 모든 진액(津液)을 자식들에게 다 빨려
속이 텅 빈 수수깡 같은 모습으로 되어 계시죠.
또, 한결 같이 그 옷걸이엔 진한 고단함이 묻어있구요.
시를 감상하며,
저 또한 작고하신 아버지의 고단한 옷걸이를 떠올려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핑크샤워님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모든 부모님이 그러하겠지만, 제 생각엔 시인님의 부모님은 좋은 부모님이셨을것 같습니다
특히 전에 어머님 사진을 올려 주셨을 때, 참 고우신 분이구나!, 이렇게 느꼈습니다
시인님이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시는 것도 물려받은 것 같다는 생각^^.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