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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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85회 작성일 16-11-08 14:54본문
그물/
내 젊은 시절에 캄캄한 어둠이 깃들면
나도 몰래 발길을 재촉하는 곳 있었다
그 골목길을 들어서면 야트막한 담장이
오른쪽으로 길다랗게 펼쳐지는데
낮은 담 너머에는
소나무 정원에선 바람이 그네를 타고
통나무 징검다리가 마당을 가로지르며
금잔디 마당에 자리 잡은 작은 호수
그 호수 속을 헤엄치는 잉어 떼들과
꽃을 가꾸는 중년아주머니, 어느새 난
구름 위 푸른산책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젊은 날의 어둠을 밝히곤 하다
문득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난,
문패도 없는 그 집 초인종을 눌렀고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반겨주었다
그 집에 들어 선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절망의 그림자조차 잊어버린 채
우리의 미래는
두 손에 쥐고 있는 공기처럼 아득하고
금기의 열쇠는 어디엔가 숨겨져 있어
그 집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꿈을 갖고 그 집에 둥지를 틀라 하는
중년 남자의 안정적인 중저음 음성에
정적이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으며
난 습관처럼 벌떡 일어나 걸어 나왔다.
때론 습관이 이성보다 안전함을 알기에
그 후로
투명한 저녁
그 골목을 지날 때 간간히
그 자정의 정원에서 책을 펴 놓은 채
토론 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으며
젊은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갔으나
검고 투명한 장막이 그들을 둘러쌓고
담 너머에서 추위와 숨소리가 느껴졌다
그건 담쟁이 넝쿨로 점령당한 담벼락이
품어내는 차가운 냉기와 한숨 소리였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으며..
인생이란 촘촘한 그물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영혼은 하나도 없다 라는 생각
그물이란 대상 안에서 시인 자신을 발견하고,
그를 다시 舍利 알로 저미는 정성을 엿보고 갑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핑크샤워님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학시절,그곳이 문패도 없는 개인 저택인줄만 알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들어가 안 사실인데'도지사관사'였지요!,당시에는 도지사가 선거직이 아니라서
행시출신중 동아줄을 잡은 자들이 될 수 있는 자들이 되는 자리였지요
그분은 사택에서 저처럼 방문하는 대학생들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서
성공담을 예기하고 데모하는데 젊음을 낭비하지말고 스터디그룹을 형성하여
행시를 준비하고 충고를 하여, 젊은 대학생들을 모아 공부를 시켰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일종의 정치행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유혹에 흔들리긴 했지만, 출세를 하는 다른 길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길을 택하였답니다.
그때가 문득 생각나서 글로 써 본 것입니다
시인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