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未完)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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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306회 작성일 16-11-20 21:22본문
미완(未完)의 편지/
불현 듯,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未完의 편지를 꺼내어 읽다가
옆에 놓여 있던 둥굴레차를
그 위에 엎질렀다
차는 한 때 뿌리였음을 알고 있는지
문장과 문장을 가로질러 흩어지더니
글자마다 푸른 이파리를 피워 올리며
종이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 갔고,
뿌리를 품은 종이는
태초에 나무였음을 기억해 냈는지
뿌리 우려낸 물이 닿는 종이 면마다
얽히고설킨 결들을 올올이 풀어놓고
붉어지는 물관들의 힘줄을 드러낸다.
푸르게 피어난 이파리위에 가만히
길 다란 연필을 올려놓자
푸른 줄기가 연필을 감고
빠르고 무성하게 타고 오른다
순식간에 나무 한 그루가 솟아나고
솟아오른 나무의 가지가지마다
마저 쓰지 못한 문장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건 오래전에 쓰려다 미룬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오래된 未完의, 편지의 기억들
나는
이제야 임자(壬子)에게 편지를 띄운다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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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머물다 갑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핑크샤워님의 댓글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일부터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네요
시인님도 힘찬 한 주 되세요
평온한 밤 되시구요^^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이 새싹 돋는 듯 하는 군요
송글송글 맺히는군요
문득, 신미나 시인의 <시>란 시가 생각나는 군요
뻗어나 우거지는 멋진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나plm 시인님, 부족한 글인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신미나 시인님의<시>는 꼭 사서 읽어 볼까 합니다
사실 제가 독서량이 거의 바닥이어서 시인님들이 추천하시거나 언급하는 시들은 찾아 읽곤 한답니다
평온한 밤 되시고, 힘찬 한 주 되세요^^
callgogo님의 댓글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려한 미완의 푸른 언덕을
두둥실 손잡고 뛰놀던 소녀가
언뜻, 밀린 숙제에 연필을 깍는 그런 모습이 연상되는
좋은 글속에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밤, 편히 쉬소서 !
핑크샤워님의 댓글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callgogo 시인님 반갑습니다
숙제, 맞습니다. 밀린 숙제같은 미완의 편지,
이제 완성했으니 숙제 끝 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핑크샤워 님의
여러 좋은 글 목록에서
앞에 놓여도 좋을 듯....
몰아가는 힘도, 퍼져가는 상상도 두루두루 좋아
거듭 읽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쇄사 시인님
좋은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덕분에 좋은 시의 기준을 조금은 알 듯 합니다
해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