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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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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98회 작성일 16-11-25 18:13

본문

허물을 벗다 

이무기가 허물을 벗는다
차가운 물 속에서 천년을 지내고
여의주를 물고 굉음과 폭풍우를 불러 하늘로 날아오르다
떨어졌다는 이무기
급한 몸짓 그대로 굳었다

호수도 아닌 밭에 떨어진 이무기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또 천 년의 수행법으로 자신을 통째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몸 속에 콩 팥 녹두 땅콩 메밀 귀리 율무 깨 옥수수 조 고구마
초석잠의 뿌리를 키우며 비와 바람과 구름과
햇살의 젖을 물렸다

이무기가 키운 한 포기를 뽑으며 나의 먼먼 조상도 이무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육신을 통과한 영욕(榮辱)이
허물을 벗는 이무기를 움켜쥐자
바람이 굉음도 없이 검은 폐비닐을 물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6-11-29 12:35:0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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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callgogo님의 댓글

profile_image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물을 벗는거 조차 모른다면
양파 껍질이라도 하루에 수천 수만개 벗는 연습을 해야 되나봅니다.
수행이란 각고의 노력이 따르는법,
세상 우습게 보는 족속들이 흔히 거짓말을 밥먹듯 하지요
검은 폐비닐의 은유를 되세김질하며 갑니다
환절기에 건안하심을 기원드립니다.
현탁 시인님!

현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걸음 감사합니다  시인님 우리도 어쩌면 허물을 벗는것이 아닐까생각합니다
한해 한해  생각도 몸도 다른 것을 보면요
송년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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