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람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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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11회 작성일 15-09-25 10:21본문
나는 다람쥐다 / 심월
나는 다람쥐다
상수리나무를 통째로 전세를 내었다
나무 위는 청솔모에게 양보하고
나는 떨어져 구르는 것만 책임을 진다
상수리나무는 참으로 영리하다
봄부터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그 해의 풍작을 점을 쳐본다
흉년이 들어 구황작물이 필요하다 싶으면
아주 많은 열매를 연다
내가 파논 구덩이는 줄잡아 삼십 개 정도 되지만
정작 다 까먹고 대 여섯 개 구덩이로 만족한다
못 찾은 구덩이는 이듬해 상수리나무로 변한다
내 천적은 인간이다
내가 먹을 먹이를 송두리째 앗아가려 든다
나무도 흔들어보고 나뭇잎에 가려진 것도 파헤친다
밤잠도 못자게 손전등을 들고 주워댄다
그런 사람에게는 재주를 넘고 싶지 않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빛보다빠른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네요
행복한 한가위되세요
감사합니다
나문재님의 댓글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세를 월세로 바꿔도 마찬가지랍니다, 인간들이 그렇게 자애롭지가 않아요.
월세가 아니라 삭월세로 한다해도 안봐줄걸요, 도토리가 인간들 입맛에 딱 맞거든요ㅎㅎ
요즘은 나도 다람쥐같다는 생각 듭니다, 서른 개 중에 대 여섯 개 정도만 찾는 다람쥐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있지 않으면 못찾아 쓰는 살림살이가 고물상 처럼 쌓였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