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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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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9회 작성일 15-09-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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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잠


그리움이 머리맡에 고스란히 쌓이는 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잠이 들면

어느덧,

나는 낯선 위도 위를 걸어 가고 있다

산번지 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길

저 길을 언제 다 올라가나 꿈에도 힘들어

호흡이 두 손으로 무릎을 짚게 할 즈음에

여기가 어디지?

파묻힐만큼 쌓인 낙엽과 썩고 있는 작은 열매들

그 속에서

저물녘 짧은 해의 경사를 문득, 바라 본다

산천동 1번지 성당묘지에서 어린 숨결 고르던,

몇 십 년 뒤에도 기억할 것 같았던 그 순간을

잠은 지금 물빛으로 그리고 있다

산다는 것은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잘 기억해 두는 것

어떤 길을 지날 때 누가 날 부르는 소리 들린 것처럼

아무도 없는 그 길을 돌아다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바로 날 부른 것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날 부른 것

잊지 마라 그리움은 서로 나누는 것

내가 그리워한 만큼

그도 날 그리워했음을

그 곳이 날 기억하고 있음을

그러나

산다는 것은,

결국 그리워하며 잊는 것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0-02 10:38:5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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