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표누항(簞瓢陋巷) 허름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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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183회 작성일 16-12-20 22:37본문
단표누항(簞瓢陋巷) 허름한 모습으로
살아 부귀(富貴)가 무슨 소용 있냐고 아버지
오늘도 맛 난 것들은 입에 올리지 못하신다
그렇게 서둘러 허기를 채우시고 마른 볕에
서리태 서말을 말리러 가신다
숨이 차서 빈 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야시골
그 깊은 골짜기를 돌아
볕이 고운 자리를 찾아 가신다
부서지고 부서지는 삶의 단편들이
궁핍한 하루하루를 축복이라도 하듯
허공에 꽃비처럼 흩날리는데
산다는 게 세찬 바람 앞에서도
단표누항(簞瓢陋巷) 허름한 모습으로 서 있거나
털썩 주저 앉기도 한다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서리태 서말로
모난 세월들을 그렇게 훌쩍 건너왔을까
도개(道介)*는 이름 있는 어른들이 나고 머물던 곳
더러는 뒤로 물러섰다 더 큰 걸음으로
모난 세월들을 건너 가던 곳
나는 오늘 그 크고 늠름한 이름들 곁에
단표누항(簞瓢陋巷) 허름한 아버지의 이름을
마른 볕에 비석처럼 단단히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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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들 크는 거 보면서 한 번씩 그런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참 그 때를 어떻게 건너왔을까??
한 세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는......
callgogo님의 댓글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맞아요 늘 같은 생각을 합니다.
엊그제 엄니 제사를 모셨습니다만 아버지 어머니 영정을 보면서 시인님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요즘 아이들 기성세대의 모난세월을 활동시진 보듯 감정이 없는게 삭막 합니다.
간장 한수푼으로 한대접 물마시며 한끼 때우던 그시절을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지요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습니다~
어릴 땐 몰랐는데 살면서 문득문득
그런 시간을 만납니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두달 있으면 저도 용미리 납골당에 가야 하겠지요 단표누항의 뜻은 잘 모르오나
도개의 기지를 잘 아시던 아버지는 생전에 볕단이나 깻잎단을 잘 매셨다고 하셨습니다.
농사를 지으시던 경력이 있어 경작을 잘 하셨는데 농사를 지으시다가 어머니를 만나셨고
저를 낳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황해도 연백의 곡창지대가 고향이시라 그 손에 익으신 솜씨로 살아오신 생이
시속에 잘 녹아든듯이 같은 화재거리로 저에게 투영되어 옵니다. 옛분들의 삶은 참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없이 살아서 그러신지 욕심도 별로 없으셨고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셨던 아버지
국제시장을 얼마전 보았는데 참 눈물이 나더군요. 거기 황정민 배우가 마지막에 읊조린 대사 있잖아요
아버지 이만 하면 제가 참 잘 살았지요 하며 대사는잘 기억나지 않지만 참 뿌듯한 순간들이었고
감동적인 장면 이었습니다. 시를 통해 그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시인님
건필을 기원하며 구수한 시어에 머물다 가옵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너개 놓고 왔는데....
대여섯개를 가져 가시네요~
뿌듯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