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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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04회 작성일 17-01-01 09:52본문
손씨
그의 지문에서 길이 생겨나는 것을 보았다 대나무 마디와 닮은 막힌 길 앞에서 부르르 떨며 주먹을 쥐어보기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잡고 쓰다듬고 하는 일이 일상이었고 빈손으로 대부분의 시간과 함께하는 길의 이정표가 되었다
모든 일들이 앞과 뒤의 구분이 분명해질 때 가벼워진다. 꼭 잡아야하는 것들은 언제나 힘을 써야하는 법. 잡지 못하면 언제나 새롭게 생겨난 길에서 추방당해 버리지.
손은 평생을 하루살이 같이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신체 일부중에 덩지는 커진 않지만 중요한 직책의 임무가 주어졌다. 팔목 끝에 매달린 외딴 섬처럼 달려 있다.바닥을 뒤집어니 손등 위라는 아집들이 덜렁 굴러 떨어진다
손은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상상을 하면서 그려졌던 길을 지우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상상으로 날마다 바쁘다 너무 바쁘 가끔은 자신의 존재을 잊어 먹기도 한다
태어날 때 오므리고 있었던 길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길의 깊이가 생기자 가야할 곳도 많아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과 길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격는다 펼치지 않고 감춘 길에는 잡아볼 수 없어 물처럼 뻐져나갔다.
얼마 전 길을 만들던 그가 프레스 기계에 짤려 길이 사라졌다 그후 산재라는 곳에서 보수공사하던 앏은 길을 던져주었다 그 굵고 실했던 길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처음으로 확실히 실감하고 나니 빈자리에 자신을 닮은 의수가 자리잡 았다
생산 공정라인에서 길을 만들었던 그는 더 이상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산재보험도 끝나가는 시간. 이제 그 무엇도 잡을수 없어 뼈마디 앙상한 빈 손씨 되어 병원 문을 나선다
댓글목록
우애류충열님의 댓글
우애류충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상에 머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이 프레스에 잘린 분들은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손가락 마디를 잃은 분들은 종종 만나 뵈었습니다. 얼마나
고행이 많고 힘들까요. 평생 벙어리 장갑을 끼고 일을 해야 하는데 또 손목이 잘린분들또한 의수를 껴야 하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 할수 없을 듯 합니다. 손이 펼쳤던 유려한 길을 헤아려 봅니다. 그 손으로 분순물을 가지치기 하고
많은 장애물을 걷어내며 인생을 개척했던 시대를 살았을 손 잡으려던 아집이 굴렁떨어진 손바닥의 악력들
귀중한 손에 대한 묘사가 한아름 모아져 있네요. 진술의 유장한 힘을 봅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