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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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28회 작성일 17-01-02 16:14본문
이영균
민달팽이처럼 살았네. 다 벗어버린 채
왔다가 왔다고도 못한 채 그 곁에 흔적만 내려놓았을 뿐
태양의 각박한 호흡과 바람의 살벌함 속에서 다 벗겨져 버린 채
그 중심 밖에서 어쩌다 물끄러미 바라볼 뿐인 방관자였었네
시간조차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무법천지에서
청량한 호흡조차 아득한 사의 거울 속 같던 그 날들
이 알량한 알몸마저 다 지우려 드네
365일이 전부 지워져 버린 그 벽엔 더는 몸 의탁할 날짜는 없었네
벽 아랜 다 타서 버려진 무명의 초들이 촛농에 스스로 몸을 묻네
맨 앞에서 각을 세우며 빛을 발하던 외침들을 위로함인 듯
밤하늘엔 별들이 촛불처럼 눈을 뜨네
저들의 염원은 어디에 있는가
혹독한 바람은 나약한 빛들의 좌절을 자극하며
한 줌 오기마저 접게 하네
바람의 등에라도 제 몸 의탁해야 할 지경이어서
허기엔 언 몸으로 혹한의 갈기라도 베어 먹어야 했네
하지만, 풍전등화의 처지에서도 눈 밝은 촛불들은 빛을 발하네
진리는 거룩하다며
저들을 응원하는 건 세상 험한 꼴 다 덮어버린 백옥의 설원뿐이네
촛농 속에 묻혀버린 무명의 초들
보신각 타종과 함께 다시 신념으로 되살아나 일어서네
혹한을 지우며 밝아오는 새날
어둠에서 밝으므로 밝음에서 한층 더 환함으로
희망의 새해, 우리는 모두 도약을 꿈꾸네
또다시 일출과 일몰을 반복하며 빛을 세우기 위해
일출은 동쪽 하늘에 붉네
자빠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민달팽이
일보일배의 성찰은 새벽 새 벽에 새날의 새 달력을 또 내거네
끝끝내 이룩할 내일을 위하여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꾹꾹 눌러쓴 다짐의 시,
참, 헐겁지 않다는 생각에
알차다는 생각에
낱낱이 읽어보고 가옵니다
읽고난 내 어딘가도 다짐이 필요한 구석 있어
고마운 마음으로 가옵니다
새해 복 많이 그리고 문운 기원합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지난해는 변고가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해에는 차분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