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7)플라타너스 잎의 지문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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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27회 작성일 17-01-07 09:06본문
플라타너스 잎의 지문을 읽다
아무르박
산을 내려온 고라니가 멧돼지를 보고 놀라
마당으로 안방으로 뛰어들었다는 말이지
어디로 튈지 몰라 놀란 시선은 쿵 쿵 쿵
벽을 두드리고 있었지
북향으로 난 창은
한 달음에 넘기에는 너무 높아
등을 보이고 돌아선 고라니
그 집 안방 문 앞에 툇마루가 있었다지
더케더케 앉은 먼지 위로
오후의 햇살은 마루를 쓸고 있었지
화급을 알리는 발자국을 따라가는 시선
주인 없는 빈 집에 담을 넘겨보는 플라타너스
잎을 떨구고 늙고 있었지
한 무리의 낙엽들이 바람에 쓸리고
열쇠를 채우지 못한 부엌의 문짝이 삐거덕삐거덕
안 주인을 부르고 있었지
겨울날
한 음절마다 붉은 피를 토하고 있는 동백꽃
뚝뚝 떨어져
플라타너스 잎의 배경으로 와 붉게 붉게 피어 있었지
고라니가 돌아간 마당에
사람이 자리를 비운 그 곳
달빛이 출렁이다가
도란도란 돌아가는 바람
빛바랜 늙은 독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지
플라타너스 잎의 지문이 말라가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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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감상했습니다.
"한 음절마다 붉은 피를 토하고 있는"
언어의 시입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callgogo님의 댓글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잔한 편백향에 머물다 갑니다.
멋진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분 시인님
올해도 문운이 깃드시기를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