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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3> 뭐라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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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0회 작성일 15-10-07 16:56

본문

 

 

 

뭐라했습니까?

  

 

 

뭐라했습니까?. 뒤돌아 떠날 때는 흔적을 남기지 말라하지 않았습니까! 고랑 끝 허재비같은 당신의 행장, 올 나간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오래 전 당신 가슴에서 떨어져나간 미늘같은 상흔을 남긴 체 홀로  드리워진 당신의 그림자, 폭포수처럼 흐르는 서러운 눈물인 양, 허연 버짐처럼 번지는 멍울처럼,

  

 

뭐라했습니까?. 길섶, 흐드러진 들국화, 망초꽃같던 당신의 얼굴, 떠나지 말랬지요. 빗방울 후둑거리는 신새벽, 말 없이 떠나지 말라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얼굴을 마주한 발그레한 황혼,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에 당신의 체취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당신 없는 빈자리에 살짝 북풍 문고리가 열립니다. 돌아보면 아쉬움은 늘 비누거품처럼 부풀었다 터지고 멍울진 상흔은 켜켜히 깊은 주름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고리에 고리를 엮는 인생, 블랙홀같던 상심의 근원을 더욱 아프게 헤집어 놓았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 버러지같은 값싼 동정, 갈기갈기 찢긴 상흔은 아플수록 또렷한 하나의 촛점으로 모이고, 아프면, 미치도록 아프고 아프면... 아프다 말하랬지요.

 

 

뭐라했습니까?. 시간을 추억하는 주름살, 언제 어디서고 끝장날 인생이건만, 주름진 길은 보일듯 말듯 이어지다 끊어지고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갑니다. 세월의 허상들, 도로 펴질 것 같지 않은 내 생의 이력과 주름들,

 

 

아주 오래 전,  나는

노고단 능선에서 곱게 늙은 당신의 들국화를 보았습니다.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0-15 10:45:1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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