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지피는 부뚜막 > 우수창작시

봄 지피는 부뚜막

 

이영균

 

 

부뚜막이 무쇠솥을 견디다 보면

밥 짓는 일은 솥이 하는데

부뚜막이 허옇게 머리를 풀며

아궁이 붉은 용트림에 녹아난다

 

그쯤 솥도 게거품을 물고 울며불며 밥 짓기를

냄새가 십여 리(距離)는 족히 번져

까치도 굴뚝새도 짖는데

정세에 나그네 시장기 물고 늘어지는 개소리

 

짖기를 지은 밥은 선 밥이나

삶, 시장이 반찬이란다

 

뼈 부서져라, 밥 짓는 아궁이에

먹겠다 짖는 아궁이(아가리) 따로 있어

세상 봄이면 그 나물에 그 밥인 듯 흐지부지나

잘 살펴보면 몸 따로 맘 다로 따로따로니

 

나물 따로 밥 따로요 판도가 따로국밥이어서

촛불 짓던 군중 같아 봄 오기 막막하니

밑 빠진 솥에 봄 지피느라

녹아나는 아궁이 속 불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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