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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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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2회 작성일 17-03-24 06:34

본문

그림자

 

 

타고 있는 하늘 뒤편

주름살 가득한 슬픔을 불어대고 있는 산 12번지에

그림자가 옹이처럼 박혀 있다

 

번화가의 불빛들이 스쳐 지나가는 이름들을 무시하듯

비탈진 골목을 큰 덩치로 지긋이 누르고 있는 듯

흔들리는 가슴속 길을 나지막하게 걸어 덜렁거리는 창을 똑똑 두드린다

 

동아줄보다 더 질겼다

 

때론 왁자지껄한 고함에 가라앉아 있던 온기를 던져버리고

혀처럼 날렵한 하루들이 미각을 잃어 가는 동안

아버지, 말려도 뽀송뽀송해지지 않는 담요 한 장 덮고 꿈꾸고 계시는 걸까

 

두 팔로 보듬고 살아온 통로들은 어느새 황혼을 훌쩍 지난 노래였다

 

달라붙은 껌처럼 낮아버린 비 오는 날

내일대신 과거의 길목에 발을 내려놓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의 총기 잃은 눈빛을 걷어 올리며

나는 살며시 내려앉는 햇살 하나가 된다

 

푸르게 흔들리고 있는 잎사귀는 이루고 싶었던 나무의 꿈이었던가

형광등 곁에도 그 자리는 여전히 빈 여백이 있었고

그림자가 질긴 목숨을 더 깊이 위장 속을 채우며

짧았던 미소를 담 너머로 던져 버리려는 듯

우두커니 앉아있는 자리에 주름살이 차곡차곡 쌓였다

 

바람에 찬 기운 스며드는 저녁 무렵

처마 끝에서 덜렁거리는 소리 끝에 들리는 마지막 한마디

울려 퍼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록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3-28 17:58:4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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