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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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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3회 작성일 17-03-31 08:06

본문

탁발

 

이영균

 

 

삭발인 체 담벼락 질기게 오르고 있는 민달팽이 한 마리

홍수에 떠밀려 끊어진 목숨 줄의 명복 밀며

팔월 장마 끝 땡볕에 곡소리 깎아 절벽만 같던 영순네 지아비

애쓴 흔적이 물살에 송두리째 휩쓸린 산비얄만 같은데

울음에 답하듯 물살에 깊이 패고 씻겨도

버텨낸 질긴 뿌레기인 듯

그의 댁네 멀건 얼굴엔 평온이 감돈다

 

다 헤집은 가슴팍인 듯

다 울어 재친 울음 끝인 듯

삭발인 듯 그 어깨 민둥산이다

 

저러듯 그의 인생도 이젠 다 쓸려가고 만 것인가?

댁네와 저 가난한 삶 평생 알콩달콩 살아냈어도

저렇듯 다 쓸려갔을 것인가?

집 한 칸 없던 그의 생은 늘 삭발 민달팽이였을 것인데

어쩌다 풍족한 때를 만나더라도 욕심이 없어 그들은

저 쓸려간 귀퉁이처럼 삭막하였을 것이다

비 개면 햇살에 허물어 내리는 굵은 모래 언덕 같았을 것이다

 

식솔들의 멍울 같은 눈 드려다 보며 질긴 삭발의 몸 일으켜

저렇듯 또 삭막한 채 담벼락 기어올랐을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온종일

햇볕에 알몸 내 맡기며 하늘 가까이 닿았다가도

그 따뜻한 굵은 모래 언덕 모퉁이로 돌아오곤 했을 것이다

그래도 배부르고 등 따시면

해 바른 남향에 달팽이처럼 집 짖는 꿈도

꾸었을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4-03 10:19:3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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