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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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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7회 작성일 17-04-07 18:17

본문

 

 

불면

 

 

 

 

커피 열매를 먹은 고양이는 밤새 쇠기둥을 긁어댄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밤부엉이는 날개를 펼친다

달을 찌르듯 앙상한 나뭇가지가 창문에 아른거린다

창문 틈새를 삭풍이 손톱으로 할퀴고 지나간다

나는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하룻밤을 굶는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남편을 떠나보낸 어머니는 매일밤 나의 집에 온다

소파에 아버지가 앉아 여보 하고 부른다며...

침대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포트를 누른다

가느다란 소리로 수직 상승하는 뜨거운 습기

쇠 소리도 같고 날개 치닫는 소리도 같은 것이

그 날 밤 붉은 가래 밭으면서 헐떡이던 들숨을 재생시킨다

앙상한 그의 손가락은 전율이 날 정도로 차가왔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아버지는 날 부르지 않는다

커피 물을 따르고 휘 젓는다

모세혈관까지 퍼져가는 달큰하고 씁쓸한 냄새

잔 속에 그의 숨소리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이것을 들이키면 바닥 끝에 닿는 기억의 뿌리가 드러날까

그에 관한 무의식조차 망각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하룻밤을 굶고 하얗게 아침을 덮는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4-10 13:25:3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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