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so-super M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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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9회 작성일 17-04-13 18:08본문
Not-so-super Mario / 이주원
난쟁이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것은 건물들이 하나둘 각자의 등껍질 속으로 빛을 움츠릴 무렵이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헛웃음이 나오는 게 아무래도 독버섯 달인 물인가 보다. 병 색깔도 마침 초록색 버섯을 닮았다. 과다 복용한 탓일까. 목숨이 백 개라도 된 듯하다. 하얀 줄기 꼬깃꼬깃한 꽃 한 송이 꼬나물고서 노숙자는 닿을 리 없는 별을 따러 속이 뻥 뚫린 스뎅 재질 콩나무를 탄다. 에라이, 썩을 놈들아! 나는 배관공이다! 흘린 동전이나 주워 처먹는 배관공이라고! 이히, 이히히! 아무리 올라도 저 별은 경력 30분 야메 배관공의 것이 되지 않아 그저 매운 꽃향기만 깊게 들이마실 뿐이다. 꽃잎은 더욱 붉게 피어난다.
옥상까지 절반도 채 남지 않았을 즈음 돌연 불어온 강풍에 꽃잎이 회색, 검은색으로 퇴색되어 흩날리는 걸 보자 아랫도리 불그죽죽한 버섯이 찔끔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마땅히 풀 데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부풀어서는, 안 그래도 왜소한 몸을 더 작고 초라해보이게 만들던 몹쓸 놈이었다. 난쟁이는 상대적으로 커진 몸에 흡족해하며 짐짓 큰소리를 떵떵 친다. 옜다, 받아라! 더럽고 앵꼽은 세상아! 내가 오늘 여기 내 깃발을 꽂아주마! 난쟁이 새끼가 쏘아올린 빌어먹게 작은 공 맛이 어떠냐! 날 때부터 가슴속 깊이 담아온 불덩이를 녹슨 가스관 틈으로 내던지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그토록 원하던 별에 닿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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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낭그님의 댓글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하 으하하하, 머릿속이 뻥 뚫리는군요.
진즉부터 유수하고 스마트한 필력을 뽐내시는 분일 줄 알지만
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댓글 잘 달아야 명작에 누가 안 되는데....
집으로 가려다가 막간에 들어왔는데 참 잘 들렀군요.
신나는 슈퍼 마리오 게임 질펀하게 구경하고 갑니다.
자주 뵈었으면,,,
그렇지 않아요, 슈퍼 마리오 파이팅!!!!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로운 호흡을 봅니다.
'흡혈귀'에서
'풍경도 봄을 재촉한다'까지
'난쟁이 새끼가 쏘아올린 빌어먹게 작은 공 맛'
을
그동안 왜 한 번도 안(못) 느꼈을까
반성하면서.... 틀림없이 '시'마을 말고
'붓'마을에서도 노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