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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歸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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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89회 작성일 17-05-09 08:50

본문

귀로(歸路)

 

이영균

 

 

그는 어느새 하루의 끝에서 텅 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

피스톤의 힘찬 유격을 멈추고 길고 긴 레일 위에

빈 상자처럼 멈춰 섰다

종일 누군가의 발이었고 전령으로 긴 미로를 달렸을

어둡고 긴, 그 닫는 곳마다 피어나는 꿈을

어머니의 생처럼 속이 다 비도록

끝없이 실어 날랐다

 

무엇에 가득 부풀었다가 훌쭉해서 돌아오는 차림들

마치 마법에 걸린 팽이처럼 분주한 발걸음들

모두 돌아간 텅 빈 차 안엔 분주하던 동선들만 투명하게 가라앉아 고요하다

멋진 주역들이다. 높이 날기 위한 힘 찬 날갯짓이거나

넓은 곳으로 가기 위해 억세게 지느러미를 요동치며 내일을 꿈꾸면서

기류나 파도 심할수록 저들 더욱 강해졌다

정차할 역을 지날수록 무리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점점 두껍고 어지럽게 얽혔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무리를 본다

날개는 추락하지 않으려 기류를 타고

지느러미는 익사하지 않으려 물길 쉼 없이 거스른다

돌아오면 차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익사한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생각한다

가는 곳마다 날개와 지느러미가 통치하는 거룩한

유토피아가 되길 바랐는데

저들이 실패한 것이 느린 질주 탓만 같다


종착역 철로에 멈춰 선 폐허 같은 차 안

왁자지껄 차 안이 가득 차오르는 허상

생각은 어둠 밝히는 가로등 불빛으로 빠져나간다

밤이슬에 늙은이처럼 철로에 길게 엎드린

긴 잠 끝에서 새로운 해가 뜨면 꿈들이 돌아와 다시

날개를 펴고 지느러미를 펼 것 같은

정막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5-11 15:32:2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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