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 우수창작시

 

 

 

 

전략적 모호성

 

문을 열고 나서면

일제히 발밑에 무릎 꿇는 길

출발이 도착이죠

 

길 없는 길이 나오는건 너무 자주

틀려지던 일기예보

 

어떤 시작도 시작은 새파랗지만

끝이 되어지는 순한 질주는 드물었어요

 

길에서 길을 잃고

뜬눈으로 밤을 헤메던 때

보이는 건

수없이 저절로 살아 퍼져나가던 길

 

종종 너무 많아서 잃어버리는게 마음이에요

 

그중 가장 차갑고 아름다운 건 만월의 달빛이

열어주던 길

 

앞길과 뒷길 사이

누군가

달빛과 바람이 흐르는 어깨를 세우고 있어요

 

등을 가진 여럿의 마음

온갖 우여곡절로 굽어진 관절

 

문이 열리면 밖은 들어오고 안은 나가요

 

길이 뜨겁고 발은 차가워야 할 이유는 많아요

저혼자 도착이 되는 길은 꼭 있거든요

발을 놓고

길 속으로 사라지는 길이 꼭 있어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02 11:27:14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