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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4회 작성일 17-06-04 00:19

본문

 

 

새벽녘

 

 

 

 

어둠이 걷히기 전,

순간을 뚫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무관심

그 가장자리에서 텅 빈 어둠을 리어카에 싣고

뉘엿뉘엿 어둠과 포개져가는

한 노인의 굽은 등에서

어제 내가 버렸던 50원짜리 소주병 하나와

반쯤 피다만 담배 한 개비를

그가 차압해 가버렸다는 사실을

숙취에 비틀거리는 내 흐릿한 두 눈동자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흘리고 다녔을 동전들의 숫자와

그 노인이 리어카 안에 실어야 할

숫자는 그도 나만큼 흘리고 다녔을

숫자만큼이나 어둠을 뚫고 나가는 속도가 느리다.

동이 터오는 시간 즈음해서

그늘 안으로 숨어서 연신 흑백사진을 찍어대는

노인의 눈동자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은

나,

어쩌면 내가 비로소 서 있거나 걷게 될

저, 가장자리

회색과 녹의 중간자리 그리고 허밍처럼 피어나서

덧칠하는 어둠,

그 안을 파고드는 나.

 

 

 

 

 

 

  .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13 11:33:4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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