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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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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27회 작성일 17-06-25 20:47

본문

 

망경동 육거리 부부 약국 뒷 길로 쭉 가면 있다

 

낡은 함석 간판에 빨간 글씨로 "닭똥집"이라고 쓰인,

유식한 말로 "닭 근위"하면 오만 맛 다 떨어지는,

연탄불에 석쇠 얹어 구운 닭똥집,

할인마트에서 파는 냉동 근위말고,

서부 시장 계전 뒷 골목 닭집 고무 다라이에서

온 종일 핏물 빠진 오동통한 닭똥집,

순해서 느끼한 소주 말고,

제대로 쓰서 한물간 소주 한 잔

진통제처럼 털어마시고는

꽃 소금 녹아드는 참기름에 찍어 먹는,

 

나 또한

새벽마다 모래알을 씹어야 사는 짐승이라

저녁이면 삭신에 퇴적된 모래를 쓸어내려고

퇴근하듯 찾아가는 "닭똥집"이 있다.

나 또한

좀처럼 뭉칠 줄 모르는 모래알들이 모여

흙바닥 기어다니던 징그러움들을 갈라 먹는

모래집을 한 채 품고 사는 짐승이라

버석버석 서로 치대며 깨지고 부서지던

모래집을 비우고 날아갈 하늘을 마시며

목 축인 병아리처럼 목고개 치켜드는 집이 있다

 

좋은게 좋다고

세상 둥글리며 부스러진 모서리들을 소화 시키느라

주름지고 여물어져 닭똥집이 된 마음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한 점 집어 먹으면

세상 쓴맛 다 짊어진 술 한 잔이 비고

헌 집 다오! 새집 줄께!

두꺼비 같은 맨손들을 골조로 모래집 다시 짓는,

아무 상호도 없이, 그냥

"닭똥집"이라고 쓰인 집이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03 11:50:2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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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럴 리는 없지만 왜 이 호흡이 낯설지 않은 걸까요.
발이 하늘에 있는 건 같은데
날개가 바닥에 있는 건 좀 다르고.... 암튼,
모처럼 눈이 환해지는 글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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