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편의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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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597회 작성일 17-07-19 00:37본문
절편의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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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은 손을 찾는다
이문재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난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오른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빈 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일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빈 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기는 갔었지요
영희가 말하는 '영광 영광 펄럭이는' 영광에, 가서
백수는 안 보고
꽃을 봤지요. 장어꽃
밥 먹으러 달겨드는 모습이
먹고 살겠다는 그 치열이 참 절경이었습니다만,
한때는 말뚝에도 절했던 휴가에 들렀다가
오면서 봐야겠습니다. 말씀이
진짠지... 가짠지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테
─ 과연 나는 내가 아닌 곳에서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는 것인지 모른다. '라캉'
/ 활연
절벽으로 은어떼가 쏟아진다
길섶에 멱 자른 빛살들이 낭자하다
이곳은 몇 번째 외경인가
너를 만난 건 행운이다 절경은 외려 내가
재앙이다 거울을 깨고 보자면
저녁 쪽으로 돌아선 등이 보인다
백수 해안을 걷다가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라는 말을
퇴고하려다가 그냥 둔다
해안으론 리아스식 시간이 출렁거리고
벌떼는 청밀(淸蜜)을 지고 윙윙거린다
얼마나 옆구리를 도난당해야 하나
수평선 안쪽과 마른하늘이 맞닿은 절벽의
감정이 붉어진다
턱 괴고 묵상하던 외등이 까무러진다
홍채 속으로 깜깜해지는 저녁이
안티고네도 없이 아테를 재우러 간다
빈손에 빈손이 겹치자
주머니에 따뜻한 귓속말이 차오른다
* 이문재 시, 『손은 손을 찾는다』에서 차용.
이 글이 원작인데, 고치려 하다가, 골조부터 좀 이상해서
다시 쓴 글. 내 딴엔 제법 잘된 글이다, 싶은데
그렇게 읽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싶지요. 리아스식, 이
말을 붙들고, 사람 사이의 관계, 서해의 해안선이 굴곡이 심하듯,
사람 관계 또한 서로의 융기와 침강으로, 곶이 있으면
만이 있다, 그런 구상인데... 바다와 뭍은 절친하면서도
내외하듯이... 그맘때 곁이었던 그림자는 어디 있는지, ㅎ
자연도 사람과 같아서, 희고 날카롭게 빛날 때가 있다, 뭐 그런.
영광 백수해안엔 한 번 가 본 적 있고 최근에 목포에 갔다가
누이가 가보자 했을 때, 별 감흥이 없어서 말았지요.
그래도 백수해안은 절경. 대사께서도 안 간 곳이 없구만.
영광 영광 펄럭이는,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굴곡은 아마도 서로에게 절한, 그래서 귀한 한 편의 절경,
절편(切篇)을 만드는 일이리라.
날이 더운데 오늘도 굿잡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