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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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267회 작성일 17-08-06 08:01본문
주먹을 쥘 수 없는 아침이다.
억만 중생의 머리를 밀고 잠시 삭도를 놓은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수인(手印)으로
성스러워지고 마는 아침이다.
먹고 살거라고 담고 비우던 그릇들
필시 먹고 사는 일은
먹이고 살리는 일,
그릇을 씻는 일은
머리밑의 푸른빛을 드러내는 일이다
필시 비린 것을 따랐을 파조리개 가닥들,
뒤엉킨 망상을 양념하는 위안들은 색이 붉다
씻어내느라,
수세미에 짜낸 한 방울 세제마저
이 절대청정의 경지에선 헹궈내야할 거짓이다.
묵묵히 식기세척기 안의 폭풍을 견딘 그릇들,
보름날 삭발 목욕일 경내 욕실을 빠져 나오는 머리들,
잘 마른 홰에 불이 옮겨 붙듯 햇살이 번진다
종일 수천개의 그릇들을 구제하고
손이 부었다.
붓다,
손이 붓다,
그래서 연꽃 위에 앉은 부처님들은
내 손처럼 주름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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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6쩜5do시님의 댓글
36쩜5do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수고로움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잘못 되었거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되고 싶다거나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는 답이
철 없는 아이들의 것이거나 하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곧 어떤 일을 하는 것이라니,
꿈 속에 나오는 대통령과 법관과 과학자만 존경 받는 세상은 비극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63살 찬모 이모는 고무 장갑을 끼지 않습니다.
고무 장갑을 끼고 벗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 가지 더 일하거나 말거나 일당 받아가는 일인데
주어진 일을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고무 장갑 끼고 벗는 시간을 아낀다는 이모,
종일 삶고 데치고 씻는 일도 부족해서 틈만 나면 수세미를 들고
주방 벽과 조리대를 닦고 빛내는 이모,
왜 이들은 아이들의 꿈속에서 배제된 사람들일까요?
공부를 많이 해서 아이들이 꿈꾸는 사람이 된 사람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제사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고, 멀쩡하던 세상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제 손 끝, 발 밑의 작은 하나부터 맑히고 씻고
가지런히 하고, 먹이고 치우는 이들은 왜 아이들의 꿈속에서 등장 할 수 없는
사람들인지 이상합니다. 나는 왜 대통령보다 그녀를 존경하는지도,
ㅋㅋㅋ 오늘 오전은 쉬는 날이나 시간이 남아돌아,,,ㅋㅋ,,
36쩜5do시님의 댓글의 댓글
36쩜5do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뭔가 사연이 있으실 거라고 짐작은 했습니다만...
역시 시는 진실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연? 시를 읽고 이십대 일거라고 생각했는데..ㅋㅋ 쓰는 단어가...성인군자 같음..
그런거 없어요. ㅋㅋ 이십대가 시를 많이 쓰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어요. 화이팅.
36쩜5do시님의 댓글의 댓글
36쩜5do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81년 생입니다. (37) 다만, 어렸을 땐 가요가사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게 제 시에 바탕이 되었을 거예요. 긴 시 보다는 짧은 시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요일 아침,
경건한 시 한 편 접하고 갑니다
마지막 연에서 머리 조아리고 갑니다
좋은 시 주신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흑, 제가 좋아하는 이십대 시인님!
이십대의 피 중에서도 엑기스만 뽑아주시는,
그냥 이십대는 따로 뽑지 않아도 모든 피가 엑기스 같음요,
과찬을 흡혈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