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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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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6회 작성일 17-08-06 08:30

본문

한 망의 양파를 까며

시작하는 나의 하루는 감동 그 자체다

청동색 표지만 펼쳐도

칼끝으로 밑줄 치며

모든 내용의 근간인 저자 약력만 보아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채칼에 샐러드 할 양배추를 밀면

누군가 뇌의 단면이 한 바구니 썰려 나오는 것 같아,

가끔 마른 물수건에 혈서를 쓰며

양배추의 이념을 새기고 잡념을 경계한다

 

도마란 모든 상처의 교과서,

먹어야 할 것과 먹어서는 않되는 것들을 가르며

독점된 권력에게 분배의 정의를 가리키며

두부처럼 물러터진 것들에게 각을 세워주며

살생의 칼이 상생의 칼로 거듭나며

돌판에 새기듯 기록하는 상처의 상형들,

원래 기록이란 시간에 흠집을 내는 일이 아니던가

 

눈이 감동하는 것으로 모자라

온 몸이 종일 동공 없는 눈들을 열고 눈물을 흘리는

스무개의 태양이 무시로 빛나는

나의 하루는 감동 그 자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8-12 10:12:2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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