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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것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살아있는백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2회 작성일 15-11-12 22:59

본문

두고 온 것들

 


용달차가 선다

냄비에 신문지를 끼우시던 어머니

시린 어깨 위로 슬픔이 소복하다

쿨룩쿨룩 술내를 뱉으며

약봉지들이 마당 한구석에서 쓰러져가고

슬픔은 슬픔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그렇게 우리의 가난이

한 줌 재로 가라앉는 풍경을

어린 동생의 흐린 시선이 따라가고 있었다

이불을 싣고

밥상을 끼우고

울컥 오르는 설움을 짚으며

민둥산을 질러 뛰는 아버지

진학을 접었다는 형이 처음으로 어려웠던 그날

고봉으로 누르는 밥내를 맡으며

모두가 말없이 길을 잃었다

주먹을 떨며 잔기침을 쿨럭이며

그렇게 우리는 덜컹이는 냄비소리에 묻힌 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고 있었다.

 


* 90년대 초 급격히 몰락해 가던 고향 창녕!!!

그 곳을 벗어나던 날 막연하게 두려웠던 아침풍경입니다.

이 작품이 2005년 금융인문화제에 대상을 받았던 2편 중 한편입니다.

나머지 한 편은 다음에 또 올리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16 21:17: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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