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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39회 작성일 17-09-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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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꼍

활연




단풍나무가 아가리를 쳐들고 있다
풀들이 아가미를 벌리고 있다
나는 담뱃재를 떨구며
햇살 노선을 타고 나비들을 날려보낸다
건너편 빈방은 그림자를 수소문 중이다
죽거나 사라진 사람이 창턱에 앉아
장판에서 뜯어낸 습기와
벽지에 침 발라 꽃문양 물풍선 날린다
멀거나 가까운 곳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개숫물이 목구멍 타고 넘는 소리 들린다
붙박이장엔 두 뼘 햇살
채금(彩衾)에 수 놓인 철 지난 바닷가
사향고양이 깨진 이빨과 냄새의 얼룩이 있다
초원과 강물 잃은 하마는 맹물을 자꾸 삼키는데
버려진 촘스키를 꺼내 읽다가

조각난 졸음을 구기고 구름 색소를 발라 나비를 날린다
희붐한 먼지를 쓴 단풍나무가  
아직은 단풍 들 때가 아니라는 듯
바람 부는 쪽으로 목을 비튼다
거대한 초어(草魚)가 입사각 안쪽을 저어간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09-28 20:25:28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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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이미지가 새롭습니다.
풀들의 아가미, 거대한 초어, 그리고 가버린 사람들의 그림자.
오랜만에 활연님 시어로 숨통을 틔웁니다.
가을이 오는군요. 맑은 가을 하늘이 늘 함께 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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