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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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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1회 작성일 17-10-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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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여행(폐가)


아무르박


그의 기억 속으로
고샅길을 내달리다가 만나는
해바라기 울타리
사립문 밖 감나무는 얼굴이 붉었다
빨라 장대를 오르던
담쟁이는 머리를 풀고
씨를 받아 줄 사람 없는 손
까마중 콩 한 줌
가을비에 젖은 장독대와 통정하였더니
달빛에 윤을 반지르고 있었다

낙마한 세월의 부스라기라도
미련을 밝아보지 못하면 바스러지는 소리
들리지 않고
싸리비 쓰는 바람 소리에
억장이 무너진 툇마루도 밟아주는 이 없어
울지 않았다

우물에 씻은 붉은 달
두레박에 끊어진 끈을 이어 줄이 없지
툇마루에 걸터앉은 쑥대머리 코스모스
너풀너풀 갈대밭처럼 황량한 계절 끝으로
한때는 나도 이처럼
화려한 날이 있었다는 뜻이라도 있다는 듯이
그가 떠나 온 계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기억 속에 우듬지였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0-26 11:21:05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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