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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항사(陋巷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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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살아있는백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381회 작성일 15-11-16 22:58

본문

누항사(陋巷詞)*

-엄문용님

 

어린[]** 벗이 소식을 넣었다

 

불혹의 외줄기를 덜어내는

고만고만한 살림살이들과

그 일상의 소소함으로 건너고 있다는

친구의 어리석음들과

곡우(穀雨) 지나 웃자란 개쑥이

미쳐 출렁이는 고향의 들내음들이

파란 향내처럼 비틀거리며 한 움큼

내게로 건너왔다

 

그리움이 깊으면 병이 된다 했던가

산다는 것이 온통

견디는 것들 뿐이란 것을 알면서도

내 누긋한 삶이 아무 부끄러움이 아니란 것과

는개 같이 가벼운 아비되어

한 짐 버거운 불혹의 내 이름이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는 일상이라는 듯

어린[] 벗이 웃으며 곁에 와 눕는다

 

정갈한 맘으로 오랜 벗을 맞고

그 아래 누워 받던 서늘한 시간들과

우리에게 그 짐을 지우지 않겠다던

어리석은 아비들이 눈물나게 그리운데

오늘 나는

더 크고, 더 맑은

그 무엇이 있다는 친구의 눈빛을 받으며

나 또한 그 많은 어리석음들 곁에 서서

더 크고, 더 맑은

그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

*노계집에 실린 가사(친구 이덕형이 작자의 빈곤한 생활을 염려하는 데 답하여 지은 가사)

**어리석다의 옛말

 

- 이 작품은 초등교사로 있는 친구가 안부를 물으며 책을 보내왔길래 답으로 지어준 시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18 21:48:0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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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水流님의 댓글

profile_image 水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성우 시인님, 옥고를 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사가 '세한도'를 주었듯이
시린 세월에도 따뜻한 시 한 편을 주는 화자의 마음이
시인들만이 갖는 특권인 듯한 세상이 밉습니다.
인정이 넘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우리 시마을의 새소리 입니다.
자주 품고 있는 작품들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박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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