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네 > 우수창작시

잘 나가네

  

    동피랑 

 

조롱나무에 눈이 잘 나가네

하얗게 흘기며 잘 나가네

바람은 불어 겨울이 꽁꽁 잘 나가네

나는 하동역 벤치에 묶였는데

쭉쭉 철로가 잘 나가네

눈발은 메착 가착없이 쌓이고

어디 따신 녹차라도 하면 목젖은 잘 나가네

후후 입김이 잘 나가네

내 청춘의 뒤안 신기리 새가

너 또 웬일이니 꾸짖네

그새 출근길이 잘 나가네

재첩국 마신 자전거가 잘 나가네

앞바퀴 뒷바퀴 나란히 잘 나가네

페달은 잘 나가네, 페달 조종하는 무릎은 잘 나가네, 잘 나가네

눈은 자꾸자꾸 내리고 바퀴는 쎄빠지 돌고

헌솜에 묻혀 안 보이는 새순을 생각하는 보리밭은 잘 나가네

차라리 온통 덮고 누워 잘 나가네

그런 풍경을 훑어주는 구름은 잘 나가네

앗싸, 기차가 오네

쁑쁑 소리 내며 오네

잘나가는 당신이 오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2-11 10:01:51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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