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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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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909회 작성일 17-12-12 18:17

본문

사치스러운 하루/하올로

 

내내 설레며 퇴근을 기다리는 일이 오랜만이다

출근길 버스정류장 가로수 밑동

흙에서 끝을 마저 들지 못하고 있는

떡잎과 눈이 마주친 이후부터서이다

보도 불럭으로 둘러싸인 사각형 흙 링에서

생명 대 생명으로

새끼손톱만한 연두 주먹을 쥐고

뭐 으쩌라고 하면서

객관적 전력이니 승률이니 뭐 그러니 으쩌라고 하면서

일생을 걸고

아름드리와 맞장을 뜨고 있었다

그 순결한 막무가내 앞에서는

잔고가 바닥인 통장에게 뺨을 맞는 일도

굴욕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도

사치스러워서

하루 종일 흥얼흥얼

틀림없이 아름드리의 석 장 그늘을 밀어올리고

잎 두 팔을 펼쳤으리

두 팔에 푸른 물도 들었으리

하루의 소요에게 그 푸른 물이 번져와

내내 설레며 퇴근을 기다리는 일이 오랜만이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2-15 09:54:57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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