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터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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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21회 작성일 17-12-30 15:07본문
그림자를 터는 방식
동피랑
가을이면 식탁에 놓인 고단함을 뒤집는 일이 좋았다
한 끼의 식사를 심판하는데 출석한 도형들은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한 법정은 맛이 짜지 않아도 공정한 판례
나무에서 떨어진 몸통에 간장을 알맞게 뿌려주자
불꽃은 주제를 후각적으로 표현하고 가끔 아내가 만든 계절은 검어도 사랑이 묻어났다
망막에 잡힌 유선(流線)이 청파(靑坡)를 넘을 땐 상대에게 패를 보여주듯 살이 뜯겨 나간 자리 뼈가 드러났다
나의 동공이 잘 익은 계절을 통독했다
지느러미가 새의 날개였다는 명제를 앞세워 죽은 물고기에게서 물새를 끄집어냈다
조금 때라도 별들이 조는 시간엔 새를 지탱하던 골조가 거푸집을 잃고 수평으로 접시에 눕는 날들이 많았다
파도를 헤치며 날아드는 가을 새의 식탁
푸른 날개 한 장을 뜯다가 죽지가 가려우면 부록을 읽었다
그때마다 사라진 면이 옷을 입고 부활했다
모든 아버지는 심해를 박차고 오르는 부레에서 태어난다는 생각
아들에게 흰 밥을 해준 후 살을 발라주던 노부(老父)의 젓가락이 멈출 때 눈시울 너머 어머니가 보였다
해마다 제철을 찾아 돌아오는 비늘국의 전어,
누군가의 입맛을 위해 아가미부터 피를 흘린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03 10:27:4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피랑님
안녕 하셨습니까? 반갑고 반갑습니다 우리 시인님!
최 우수작에 당선 되신 시인님! 축하 축하 드립니다
이 해도 다사다난했던 올 해가 오늘이 안녕을 고하는 날이네요
그간 제게 따뜻한 온정으로 보살핌 주신 후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엔 가내 다복 하시고 행보 마다 즐겁고 행복한 소망 뜻대로
이루어 지시도록 기도 합니다
동피랑 시인님!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 말입니다. 한해가 훌쩍 담을 넘어려 하네요.
넘든가 말든가 여전히 건강하시고 시 많이 쓰십시오.
인사가 없더라도 그저 공부벌레거니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새해 미리 큰절 올립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답고, 가슴 아리고...
요즘 서편이거나 동편이거나 제를...
올해는 우듬지에 앉아 세상에 뿌려진 시만큼
시큼하시길.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나가다가 끝에 가면 엉뚱하게 빠지는 현상, 이거 참 헤어나기 어렵네요.
그래도 마냥 고 하고, 가다보면 순탄도 있으려니 합니다.
남녘 다뜻한 기운을 모아서 모아서 활연님께 보냅니다.
이명윤님의 댓글
이명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네요,
새해엔 문단에 이름을 올리셔야죠,^^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응원 고맙습니다.
언감생심 문단은 아니옵고 여느 때보다 좀 더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