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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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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6회 작성일 15-11-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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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수채화/활공

 

 

빗물이 창문에 어른거릴 적에
정적을 흘리지 않고서는

나는 잠들 수 없다
허공에는 흙투성이 발자국이 찍혀 있고
물기가 마르기 전에 지워내야 할

삶의 흔적들
하루는 허공 속으로 하루는 비를 맞으며
허공은 빗물 핏물에 뒤범벅이 되고
매운 기침 매운 눈물

철망으로 둘러쌓인 오후
밟힐 때 전신에 퍼지는 고독이

핏자국에 들어 눕는다
빗물에는 다시 소금쟁이가 뛰어들고
비 안갯속에 바람이 능선 위의 나무들을

어둠 쪽으로 밀어넣는다
일찍 떨어진 낙엽 속에는

포근한 초겨울 이야기가 익어가고
나는 겨울철만 되면

자유를 잡기위해 숨박꼭질을 한다
손마디는 옹이가 풀리지 않은 채

한마디씩 굳어져 가고
저녁 노을이 하늘로 펼쳐졌다가

느닷없이 사라진다
젖은 풀잎들이 바람 부는대로

이야기를 늘어 놓으니
반질 반질한 얼굴로 계절이 차기만 하다  
빗물 속에 곱게 풍화작용 하는

여린 가슴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쫓기우는 사람처럼 비바람과 함께 묻혀 지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26 12:02: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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