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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貧)자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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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05회 작성일 15-11-21 15:14

본문

 

텅 비어 너른 벌판도

기나긴 겨울로 갈아들 때는

누구에게나 너그럽지만은 않다.



펼쳐지다 만

오래 묵은 책 같은

지붕들 아래 좁다란 길들

그 골목길을 접으며 다가오던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끊어지면

이 가을이 다 가도록

아무것도 거둘 것 없는 자들은

빈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村老의 분주한 추수와 갈무리를

먼 세상 바라보듯 멀뚱거리다가



문득

가슴 한켠에 처박힌

그 후진적인 쓸쓸함이나

방관자적 삶을 갈무리할 양으로

물결치는 갈대밭으로 뛰어들어

노랗게 자지러지고 싶겠지만



이 가을은

그들에게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고

습관처럼 그들을 밟고 넘어가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26 12:03: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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