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진눈개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9회 작성일 18-01-22 09:06본문
시인은 죽고
세상엔 눈이 내린다.
새로 태어난 주검이 굳어지라고 죽어서 걷는 길이 더욱
단단해 지라고 하얀 회가 무덤에 뿌려진다.
그렇게 세상의 눈 두어 줌 훔쳐 갖고 너는 떠났는가.
열려졌던 무덤이 닫히자 눈은 더 내린다.
영정 속의 너는 아직도 지순한 눈을 뜨고 하염없이 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는 그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써 한쪽 구석에서 타고 있는 네 옷가지며 송판대기를
바라보고 있다.
죽음이 태어난 곳에서 시작된 발자욱.
저마다 크기의 발자국들이 돌아가는 우리 뒤를 따라온다.
낮 술 두어 잔에 비틀대는 우리 뒤를 함께 비틀대며.
너머지면 등뒤에서 우리가 일어나길 우두커니 기다린다.
여기서 어디 까지 더 길은 이어지는 것일까?
무덤은 입을 크게 벌려 어둠과 눈과 하찮은 그의 육신을
삼킨 뒤 검은 물고기가 되어 깊은 땅속을 헤엄쳐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우리는 죽어서도 묻힐 곳 없어
한동안 세상을 떠돌다가 눈이 되어 때로는 먼지,재가 되어
어느 열려진 무덤을 발견하면 또 뛰어 들건가
아니면 활활 타는 화톳불에 몸을 던질 것인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25 10:18:4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