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구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4회 작성일 15-11-25 07:45본문
셋방구함
셋방벽보가 바람에 펄럭일 때 나는 빈집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네모난 모서리에 매달려있는 고드름 속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손짓하고있습니다
불 켜지 않은 방으로 들어오라고 들어와서 나를 내려놓고 구멍 뚫린 세상에 헌 돈처럼 변한
덩치를 줄여보라고 합니다 눈물 글썽이는 하루의 끝 시간에 매달리는 고층빌딩 불빛은 마네
킨처럼 얼룩진 유리창에서 춤을 춥니다
적막한 고요가 신발을 벗고 움츠러던 몸에 고요함은 이불되어 이름도 모를
어떤 장소로 날 데려갑니다
죄수처럼 수갑을 차고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는 한 사내의 모습에서
내가 살아온 알리바이가 등 뒤에 붙어 한 장씩 펄럭입니다
자세히 보면 여백이 더 많아 볼 것도 없지만 한 번 더 살펴봅니다
감방에서 또 한 줄의 고드름이 날 무릎을 굴복하게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허전함은 무거운 짐으로 변해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빨리 가지 못하는 것도 이젠 죄 되어 사람들 기억 속에서 투명인간이 됩니
다
또 어디론가 날 끌고 가서 또 다른 죄명으로 셋방이라는 조서에 싸인 하게
합니다
셋방은 셋방끼리 오글오글 모여 유배지로 향하는 길을 향해 내몰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창살 속에서 겨우 호흡 한 가닥 가져보려고 가슴 펴 보려했지만 사방에서
조여 오는 형량에 서서히 눈을 뜹니다
복권 같은 탄원서가 없는 한 솔직한 자신의 실체를 벽보에서 지울 수 없었어습니다
방이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세상은 이름을 버리지 않고 누군가의 명찰처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