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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거울에 집을 지은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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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40회 작성일 18-03-07 18:11

본문

거울에 집을 지은 거미줄


아무르박


1.
거미가 집을 지을 때는 나무에 오른다
헛간에 오른다
담벼락에도 처마에도 오른다
오를 수만 있다면
지상에 모든 벽은 거미가 세운 벽이 될 수 있다

2.
바람이 좋은 날은 몸을 던진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땅을 긴다
면과 면 사이
우리가 허공이라 부를 때 외줄을 친다
펼친 그물은 하늘을 나누어 가진
거미의 나이테라 불러도 좋다

거미는 북향에 집을 짓는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날개를 가진 족속들은
따뜻한 남쪽에서 오는 줄 안다
해가 진 뒤 어스레한 동안을
지붕을 엮지 못한 슬픔에 땅거미라 부를까


3.
누애고추처럼 매단 주검들이 피를 말린다
날개를 가진 족속들의 비애를
넉 줄 다섯 줄 아니
밤이 이슥하도록 현을 켠다
지상에 모든 슬픔은 밤으로부터 온 선물
눈이 멀어 내 안에 침전하는
피를 말리는 밤은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 있으리라

나눠 가질 수 없는 하늘 구멍에
소문이 흉흉하다
현을 튕기는 마디마다
제 울음에는 중심이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악성의 조합
지휘봉을 휘젓지 않아도 밤마다 전이되는 전율
거미는 잠을 잘 때도 거꾸로 매달린다

4.
세상에 침을 밷어라 날아온 돌멩이
거울에 난 상처에는 사유의 중심이 있다
모나지 않으면 잘게 부서지는
수평에 베인 면 면
갈등과 모순에 파산한 자화상이라 할까
바람에 우는 나무의 상을 일 그려놓고
집을 비운 거미 집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3-15 11:22:2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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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갈등과 모순에 파산한 자화상이라 할까?
멋지게 지은 거미집을 허무는 한마디 인 것 같습니다.
시란 그래서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행의 시를 시가 아닌 한 행으로 허물수 있어서요.

좋다만 시 잘 읽고 갑니다.
맘 상히지 마시길 바랍니다.
악의가 아닌 솔직으로 인해서요.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 침을 벴어라 날아온 돌멩이
거울에 난 상처에는 사유의 중심이 있다~
악어의 눈물입니까
비평은 권력을 가진 독자의 몫,
공덕수님 생각하면 가끔 먹는 술 생각이 날까요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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