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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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436회 작성일 15-11-28 10:55본문
아델 Adele
우리는 연애를 하고 창밖 멀리 불빛들의 적석총을 보았다
수조에 뜬 별을 줍다가
이불 속에서 빗소리를 듣고
베개가 베개에게 팔을 받쳐주는 베개의 나라에서 꿈을 꾸었다
토란잎에 구르는 물방울같이
고요한 색의 음악을 골라 들으며 서로 옆구리를 막아주었다
우울한 저녁의 비명을 위해 빨간 새를 입술에 달아주었다
우리는 담배를 피우고
저멀리 이삭이 몹시도 한쪽으로 쓸리며 우는 소리를 들었고
욕조에 뜬 머나먼 별에서의 편지를 읽었다
토란잎은
너울거리고
물방울은
강철로 그은
무지개 그네를 탄다
새가
나비를 낳는 꿈
너무 먼
우리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사이
빗장뼈에 가만히
달물 고였다
달은 물지게를 지고 저무는데 토란잎에 또르르 말린 한 방울
울울한
무게로 무릎이 떨어지는 동안
강철 나비 펄럭펄럭 희디흰 어둠 속으로 날아가고
오독이라 해얄지 구면이라 해얄지
우린 붉은 낯으로 한동안 쌉싸래한 음악과 살았다
요일의 노을이 붉은 음악의 누란을 듣고 싶었다
에로스의 그을음을 돕는 선율은 작달비를 부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노래의 객지에서 오래 떠돌고 싶었다
북북 그어지고 싶었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가방의 죽음
정진영
늙은 도편수가 눈 위에 연장 가방을 내려놓는다 끝도 없이 갈라지는 두 갈림길, 더 이상 메고 갈 수가 없다 축 늘어진 가방은 어깨 줄을 사지처럼 늘어뜨리고 길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린다 한 뼘 벌어진 옆구리로 가루 눈발들 몰려든다 끝내 대목장이 되지 못한 그가 가방 입구를 손아귀에 쥐고 속이 다 쏟아진 상처 꿰매어 주듯 지퍼를 조심조심 여며준다 평생을 끌고 다녀 말 못하는 새끼보다 더 애처로운, 한낱 가방이었을 뿐인 가방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남은 온기라도 마음껏 가져가라, 단 한 번도 온기를 바라지 않았으니,
꼭 제 테두리만큼 눈을 녹이며,
아주 특별했던 목수의 생이 흰 눈 속에 묻힌다 보르헤스 쌍갈랫길 정원 안에 소리 없이 묻힌다
시집 『중환자실의 까뮈』(시인동네)에서.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악의 목요일'은 '아델'로 제목만 바뀌고 본 글이 수정된 것은
단 한 글자도 없어서 무척 아끼는 작품인 듯 사료됩니다.
(아는 척,,,아고 쑥쓰러라.ㅋ)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이 시가 2년이 지난 작품인데요,,,
그동안 안 보시다가 어느 날 다시 보는 겁니까?
아니면 수시로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그러시는지요...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버리는 글입니다. 음악 듣고 싶어서 출연한
아델 25 앨범이 대박이라기에.
아직 아끼는 글은 없네요. 사이버방생한 건
이미 퇴물. 훗날 운 좋으면 쓰겠지요.
바닷바람 춥네요
멋진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