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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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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61회 작성일 18-03-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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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적墨跡

    활연




     1

  누천년 전 어느 저물녘 이 계곡을 걸었던 것 같다
  돌부리와 나무뿌리 뒤엉킨
  짐승이 산도(産道)로 쓰던 외길
  한나절 더 걸으면
  외로운 영혼들이 깃들어 사는 유곡(幽谷)에 닿을 것 같다

  죽는 일도 그윽해지는 유명(幽冥),
  어둠 한 올을 풀어 가만히 고스란히 물에 젖는 미라
  한 그루 주검의 겉옷
  그 보풀이 풀어져 날릴지
  능선 하나 넘으면 유명을 달리하는 빛과 어둠
  경계를 자발없이 걷다가
  물소리로 닦아낸 현택(玄宅)에서 반나절

  검은 집은 냇물을 부시고 닦아 속연을 잇고
  다시 반나절이면 이우는 방고래 깊은 집
  바랑 하나 지고 죽으러 오는 자들을 위해
  멱길은 미욱스레 컹컹 짖었을지


      2

  해거름녘 나는 부서진 너럭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것 같다
  검은 피를 짜내 볕에 널어두려 시퍼런 칼날 깊은 소(沼)엔 몇몇 인종들이 멱을 감고
  돌밭은 목등뼈 하나 어긋난 듯 덜컹덜컹 기운다
  검은 그늘은 흰 뼈가 휘도록 닦는 것 같다
  그리하여 물소리가 종을 달고 뛰어내린 물마루 와류를
  그윽한 은거라 부르면 안 되나

  곡적에 박히는 빛살처럼 결연한 살(煞)의 떨림
  그 하나의 힘
  뿌리째 뽑힌 한 됫박 남짓 어둠
  두어 사발 가웃 처량,
  돌계단 마모된 물빛 지고 고택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어둠과 날 선 빛 부서진 돌쩌귀로 여닫는 나날이 기다란 관으로 뻗은, 컴컴한 내륙도 한 계(界)에서 한 경계를 마름 하는 일

  그리하여 날카로운 모서리가 다 뭉그러지면 물의 부서진 면, 희디흰 허구를 깨문 여울은 투명 속으로 투항하는 것
  유계와 멀어서 살과 뼈로 깊어진 늪을,
  발 없는 발들이 허우적거리는 차디찬 적멸을 망각(芒角)이라 부르면 안 되나

  바람의 습속에 따라 계절풍 하나로 뭉쳤다가 풀어져 한 땀 한 땀 누비질할 유명(幽明)

  한바탕 물거울이 차려놓은 곡(谷)으로 냇물 곡소리 우렁우렁 내리치면 바위가 제 눈알을 파는 겁파를 우리가 부른 노래의 변방이라 부르면 안 되나

  능선 깊은 속내엔 유계(幽界)
  그 밖은 시끄러운 벌레 소리

  나는 너라고 믿는 너럭바위에서 붉은 청춘 한 그루와
  낡은 쪽배 한 척 띄웠던 것 같다

  물계단 거친 항력으로 상류에 닿고 싶었다
  그윽하다는 건 우리가 버린 유골이었고 농염에 날리던 유곡이었는데
  한낮의 기후가 흔들리고 먼 대륙붕을 붉은 사슴이 넘었다
  빗돌을 부딪는 빗방울처럼 차디찬 빠롤과 랑그
  문체란 문의 시체러니, 나는 문으로 문을 밀고 유계에 든 적 있다
  흔한 말들의 계절풍들을 다 쓰기에 이른
  무척 발랄하고 후덥지근한 한때라고 믿는바

  후줄근한 배 한 척
  갯가에서 닳고 있는 한동안 멀거나 혹은 가까운
  푸른 너울처럼 몰려온 가시울타리
  우린 한 그루 침묵을 읽으면서 다친 짐승의 발 한 자루를 덮어주면서
  그윽해질지 모르겠다
  부은 목젖이 까끄라기 넘기듯 너무 먼 물소리
  아득히 먼 등불 흔들리듯이
  아슴아슴 어두워지는 노루잠

  혹은 생시 문득 이윽한


      3

  날숨 고요한 그곳
  백 년 동안 몸살을 앓는 나무와
  모로 누워 부서지는 검은 물소리
  수피 깊은 떨림
  아무런 기척 없이 가깝거나 먼
  얼음 자리끼 머리맡을 한참 도는
  물회오리 같은 외로운 영혼들의 집

  널문을 밀어야 물의 유골들
  없는 외가를 다녀온 것 같다

  가쁜 물에 칼날을 달기 위해 미쁜
  날을 긍휼히 여겨 현택(玄宅) 툇마루에 앉아
  어느 수렁을 향해 곤두박질하는 소리의 기슭으로
  그윽해지기는 먼 생
  나는 물컹한 지도를 지리면서
  무장무장 늙어갈 것 같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토분하고도 끝끝내 무궁할 것 같다

  미초(薇草) 한 그루 완성하는 것과
  묵적(墨跡)을 도는 사이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4-04 15:51:2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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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일듯 만질듯
화자의 유랑 한 때가 유장한 언어로 지은 성곽입니다.
아주 깊게 각인 된 어느 한 때와
곳이 각인 되어 장문의 절경입니다.
흔한 길몫이어도 또한 누구였어도 담을 수 없는 서술입니다.
참 부러운 서술의 성곽입니다. 감사합니다.

터모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터모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비친 사유를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두껍고 무거운 심상은 분위기서부터 이미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새순 봄령 기운들이 만발한 천지에 꽃잎 여물 듯,
꽃물 차오르듯, 늘 건안하고 무탈하셔서
오래도록 시마을에서 뵈었으면 하는 바램 놓고 물러갑니다.
생명의 계절만큼이나 거룩하신 시의 족적들
별처럼 빛나는 듯 한, 아름다운 봄날을
활연 샘의 작품들에서 느낍니다.

많이 보고, 느끼고, 담아 둘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서 긴 호흡은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지만
사물은 관념이 없지만
자연은 자연일 뿐이지만 그것을 겉옷처럼 입고
뭔가를 생각할 때가 있지요. 습작은
아마도 낯선 길을 자발없이 걷는 일일 것입니다.
두 분
꽃 피는 봄 환히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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