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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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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40회 작성일 18-04-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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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전貨殖傳

    활연





 물속에서 타는 불을 쓴다
 물불 흔들리는 걸 유령이라 읽고
 유령이 부풀어 오른 시간을 부력이라 읽고

 부표 아래 재가 된 숲

 잿더미에서 꺼낸 눈알을 씻고 보면
 물속을 떠다니는 기루妓樓
 취한 물을 지르고 가는 한 척의 기류
 물에 녹은 공기를 흡입하려 말을 잃은 그 지점

 누군가 한밤중에 금줄 그어두었으므로
 물 절벽은 돌아선다 쓰고
 한 숟가락 한 수저에 저녁은 다 소모되었다 쓰고
 물 갈피를 뒤적거리는 독서

 독을 품은 밀서라는 물돌이

 물방울 속에 떠 있는 눈동자들
 음악은 해저 눈먼 물고기 귀에서 흘러나온다고 쓰고
 청소골 속으로 밤낮을 부리는 파도소리
 그때 맞춤한 비린 가락들

 물은 아무리 태워도 뼈가 남아
 목구멍은 굴뚝같이 남아
 물밖엔 낮달

 눈이 뿌연 식도락을 본류로 흘리고
 불야不夜는 와류로 흩어지는 물돌이를 거머쥔다

 소용돌이는 눈알 삼키며 흐려질 것이므로
 더듬어 읽는 물속의 밤이 있다

 고요히 젖어 오래, 망각 속으로 아롱지는 불빛

 그것을 눈빛으로 읽으면
 물 허공에 걸린 단단한 공허 깨뜨리듯
 휘청거리며 타오르는 불
 물속에 핀 불꽃 심지를 자꾸만 두 손가락으로 쥐는 날 있다

 미안하지만 물속엔 계절이 따로 없다
 엄마의 자궁을 흐르는 유령선이 있을 뿐,

 또다시 물 달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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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4-20 10:55:3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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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연못속실로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연못속실로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음뵙겠습니다.  일진 광풍이 몰아치고 서서히 무림의 고수들이 나타나시는 군요
물 속에서 타는 불이라... 
이해는 감히 다 못하였으나  잘  읽었습니다 재물을 모은 사람들의 책이라.....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 속에서 타는 불.....
시를 읽으며 가슴이 내내 울렁거리네요
물방울 속에 떠 있는 눈동자들
엄마의 자궁을 흐르는 유령선

자주 느끼는 감정이지만시선이 참 놀랐습니다...
요즘은  잠시 잠시 지난 시를 돌아볼 뿐
새롭게 시를 쓸 여유가 없습니다만..
이런 시들을 만나면 자주 몸살이 날 것 같네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발의 차이지만 딸아이가 타려던 배였지요.
생멸의 간극은 좁은 것일 테지만,
그때 국가는 부재했었지요.
안산은 편안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그날은 돌아오지만 정작 우리는 무심하거나
억지를 쓰거나,
다소 역설적 기술이지만, 노란 리본이 서럽게 나부끼다가
새움 돋는 봄입니다.
봄날 한때도 순간일 것인데 좋은 일들이 많이 샘솟는
날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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