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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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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57회 작성일 18-04-22 14:05

본문

밤새 비늘 치는 소리

연분홍 비늘을 쓸어 내리는 빗물이 귓전에서 배수 되지 않는 밤이다.

도다리처럼 살이 오른 풍경의 아가미 밑을 타고

내장을 파내면 반쯤 소화된 눈사람의 눈섭과 고드름의 손톱들,

위산보다 독한 어둠이 분비되어 별들도 녹아버린 밤인데, 

둥치 보다 느리게 부식된 빈 가지 사이를 서성이는

아직 잔가시 녹지 않은 눈송이의 입김이 딸려 나온다


수천만번 칼을 맞고도 끝내 쪼개지지 않는 도마를 꿈꾸어

빗살을 칼금처럼 받으며 목질을 단련하는 나무의 시간이

한꺼번에 쓰러질수도 있는 도미노의 표정으로 줄을 서 있던,


벚꽃 터널 아래서 소화 불량을 꿈꾸며 정체 되었던 순간

산채로 드러나던 웃음의 잔뼈들은 아직도 가지런 하고

비늘을 반이나 쳐내고도 바람은 시퍼렇게 살아서 팔딱거린다


*해아래서 모든 수고가 바람을 잡는 일이라니, 

돈줄을 잡고, 생사람을 잡고, 집을 장만하는 일이 아니라니,

바람 잘날 없는 가지의 바람을 잡고, 바람 난 여자의 바람을 잡고,

수확을 앞둔 들판의 태풍을 잡는 일이라니,

날려간 아픔들이 총총 박혀 있는 바람의 결을 거슬러 비늘을 치고

보이는데로 집어 삼키는 태풍의 눈을 감기기 위해

바람의 대가리를 자르고, 

채우면 채울수록 허기지는 내장을 파내는 일이라니

해아래서 모든 수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결을 잡는 형이상학이라니,



머리와 내장에서 놓여난 바람을

내 안에 방생하기 위해 바람을 잡는 봄밤이다.



*전도서 2장 11절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4-26 15:40:3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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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덕수 시인님 반가워요~
지난번 시를 완성하셨군요
배수되지않는 빗물이 담아 놓은 밤의 뒷면이
거침없는 사유로 질퍽합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허기지는 내장을 파내는 일처럼
땅 저 밑바닥부터 울려오는 진동처럼
시퍼렇게 살아서 팔딱거리는 바람 속에
곰곰 서있어 보았습니다
몇번을 들여다 봐야 그 깊이를 알 것 같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공덕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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