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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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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0회 작성일 15-12-03 03:36

본문

감나무에 붉은 감 몇 개 남겨두고
낙엽이 졌다.
새가 돌아오지 않으니
어디선가 들리는 까마귀 울음소리 처량하다.
낙엽을 끌어 놓으면
바람이 얄궂게 흩트려 놓은 자리에
불을 놓는다.
마당에 감나무 하나 두고
몸서리치던 게으름이
독에 가득 감을 삭힌다.
횡 여 바람이 들까
겹겹이 밀봉한 계절을
시치미 뚝 떼고 돌아앉은 그늘에 둔다.
그렇게 석 달
그렇게 열 달
그러다가 한 삼 년쯤 묵혀두고
새를 기다리는 감이 달린다.
연기를 풀고 안개를 피운다.
내 안에 열정이 뜨거워 입김을 풍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05 10:35:3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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